[쩐혈투2④] 콜마 부자간 소송전: 가족간 합의가 법적 구속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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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혈투2④] 콜마 부자간 소송전: 가족간 합의가 법적 구속력 있을까?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18 04:35:00 신고

3줄요약

 한국 기업 승계 역사상 이례적인 소송으로 기록될 콜마그룹 오너 부자 간 주식 반환 청구 소송(2025가합11131)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제2차 변론기일을 통해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창업주인 윤동한(78) 회장이 아들 윤상현(51) 콜마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 소송은, 단순히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을 넘어 한국 재계에서 가족 간에 맺어진 '사적인 합의서'가 과연 법정에서 어떤 구속력을 갖는지를 시험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핵심 증인 채택과 더불어, 피고 측의 경영 개입 행위가 정당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소명을 명령했다.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고승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변론기일은 향후 소송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재판부는 윤동한 회장 측이 신청한 핵심 증인 두 명, 즉 김병묵 전 콜마비앤에이치(BNH) 대표와 홍진수 콜마비앤에이치 감사를 채택했다. 이 결정은 형식적인 서류만으로는 진실을 판단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원고 측은 이 증인들이 2018년 부자 간 승계 합의서 작성 당시의 진정한 의사를 증언하고, 특히 홍진수 감사는 2024년 4월 고위급 회의와 10월 이사회 전후 윤상현 부회장 측이 여동생인 윤여원(49) 대표의 경영권을 박탈하려 했던 구체적인 정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내부자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윤상현 부회장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은 "쟁점에 비춰봤을 때 다소 많은 증인 신청이 아닌가 싶다"며 "증인들 입에서 나올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입증해야 할 부분이며 일부 증인은 불필요해 보인다"고 반박했지만 , 재판부는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들의 구술 증언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승계의 조건: '부담부 증여'의 법적 무게

 소송의 핵심 쟁점은 윤동한 회장이 2019년 아들인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약 460만 주)이 2018년 3자(윤동한 회장, 아들 윤상현 부회장, 딸 윤여원 대표) 간에 맺어진 '독립 경영 보장' 합의를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조건부 증여)'였는지 여부이다.

 윤동한 회장 측은 이 지분 증여가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그룹의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를, 윤여원 대표가 건강기능식품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를 독자적으로 경영하도록 보장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 것이며, 윤상현 부회장이 2024년 10월 이사회를 통해 윤여원 대표를 사회공헌 업무로 한정시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이 조건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건이 위반되었으므로 증여 계약을 해제하고 주식을 반환해야 한다는 민법상 논리이다.

 반면 윤상현 부회장 측은 2018년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가족 간의 합의'였을 뿐이며, 주식 증여는 아무런 조건도 붙지 않은 단순 증여였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윤상현 부회장 측은 합의서 문언 자체에 "경영 합의라는 표현은 없는데, 원고 측이 문언에 없는 의미를 덧씌우고 있다"고 지적하며 합의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윤상현 부회장 측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강조한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2020년 2조 1,200억 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이 최근 4,400억 원(원)으로 급락했고, 주가도 7만 원대에서 1만 원대로 떨어졌다. 피고 측은 이러한 실적 악화 상황에서 지주회사 대표로서 경영 혁신과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고 개입한 것은 '당연한 의무'였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는 사적인 가족 합의보다 기업 지배구조상 공적인 책무가 우선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4월 회의의 실체를 파헤치다: '계획된 박탈' 여부

 이날 재판부가 내린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결정은, 양측에 각 회사와 이사회, 임직원의 법적 지위 및 지난 4월 23일자 회의를 포함한 여러 회의의 성격과 법적 효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명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지난 4월 23일 회의는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홀딩스 내곡동 사무실에서 주재한 고위급 회의로, 원고 측은 이 자리에서 이미 윤여원 대표의 경영권을 배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되었다고 주장한다. 재판부가 이 회의의 실체를 따지는 것은, 윤상현 부회장의 경영 개입이 주주로서 또는 지주회사 대표로서 법적 효력을 갖는 공식 이사회 결정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비공식적인 모임에서 사적인 의도로 계획된 후 실행된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의도이다.

 만약 이 회의가 공식적인 의사결정 절차와 거리가 멀었고, 여기서 윤여원 대표의 경영권 박탈을 모의했다는 사실이 증인 심문을 통해 확인된다면, 윤상현 부회장 측이 내세우는 '경영 정상화'라는 방어 논리는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재판부는 행위의 표면적인 정당성보다는 그 이면의 의도(Intent)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판결의 미래: 가족 간 합의의 위험성과 법적 안정성

 이 소송이 재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서면으로 작성된 '가족 간 합의'라 하더라도, 그것이 주식 증여라는 중요한 재산 이동의 명확한 '조건' 또는 '부담'이었다는 점을 법적으로 입증하기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특히 우리 민법은 수증자가 이미 부담 이행을 완료한 상황이라면 증여자가 서면에 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법적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 측은 2018년 합의서가 단순한 도의적 약속이 아닌, 윤상현 부회장의 주식 소유권 자체를 좌우할 만큼 핵심적인 '부담'이었음을 증언과 객관적 정황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향후 소송의 승패는 2026년 3월로 예정된 증인 심문 기일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김병묵 전 대표와 홍진수 감사의 증언은 2018년 합의의 '진정한 의미'와 2024년 경영권 박탈 행위의 '숨겨진 의도'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재판부가 증인 심문을 통해 얻어낼 진실은, 콜마그룹의 경영권 구조를 재편할 뿐만 아니라, 향후 한국 기업들이 승계 과정에서 가족 간의 합의서를 어떻게 작성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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