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협력해 다종 임무장비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무인기 플랫폼 기술 연구에 나선다. 무인기 체계의 확장성과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이번 연구는 국방 분야에서 추진 중인 무인체계 표준화·모듈화 정책의 실질적 적용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다종 임무장비 운용을 위한 개방형 무인기 플랫폼 기술'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대한항공이 해당 과제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약 4개월간의 협의를 거쳐 확정됐다.
협약에 따라 대한항공은 2029년 5월까지 무인편대기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 기술 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연구의 핵심은 임무별로 상이한 센서와 장비를 모듈화해 필요에 따라 장착·교체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기술 확보다. 이를 통해 하나의 무인기 기체로 정찰, 감시, 전자전, 타격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연구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193억 원 규모다.
해당 과제는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방무인체계 계열화·모듈화(K-MOSA)' 정책과 맞닿아 있다. K-MOSA는 무인체계의 공통 아키텍처를 표준화하고 장비를 모듈 단위로 개발함으로써, 무기체계 획득과 운용의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이 정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동일한 기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임무 조합이 가능해지고 유지·보수와 성능 개량도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업계에서는 개방형 무인기 플랫폼이 기존의 폐쇄적인 무기체계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무 장비 교체를 위해 기체 전체를 새로 개발하거나 대규모 개조를 진행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모듈화된 구조는 비용 절감과 운용 효율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연구를 위해 국내 무인기 및 방산 기술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에는 임무장비 개발, 임무 효과도 분석, 전자식 체결장치 등 세부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 기관들이 참여해 연구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일 기업 중심이 아닌 협업 기반의 기술 개발 구조를 구축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무인편대기 체계 개발 사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무인편대기는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차세대 항공 전력 개념으로, 정찰·전자전·타격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분산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방형 플랫폼 기술이 적용될 경우, 작전 환경과 임무 목적에 따라 무인기의 역할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앞서 저피탐 무인편대기 시제기를 제작해 단계적인 시험과 검증을 진행 중이다. 스텔스 성능을 기반으로 한 무인편대기는 유인기와의 협업을 통해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시험 비행과 기술 검증을 거쳐 운용 개념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내 무인항공기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개방형·모듈형 무인기 기술은 무기체계 개발 방식뿐 아니라 운용 철학 자체를 바꾸는 요소로, 향후 국방 전력 운용의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무인기 플랫폼의 확장성과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무인체계 분야에서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인기 기술이 단일 기체의 성능 경쟁을 넘어 체계와 구조의 경쟁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이번 연구가 국내 국방 무인체계 발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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