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를 계기로 산업 구조 전환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기반 시설로 두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과 기업, 인재가 함께 모이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에서 디지털·AI 기반 미래 산업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울산시의 구상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시는 17일 시청 본관에서 'AI 데이터센터 연관산업 생태계 조성 및 유치 전략 수립'을 위한 용역 착수 보고회를 열고, 중장기 산업 육성 전략 마련에 돌입한다. 이번 용역은 울산에 조성되는 SK–아마존웹서비스(AWS) AI 데이터센터의 착공을 전환점으로 삼아, 데이터센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산업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실질적인 기업 유치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용역 수행 기관은 내년 6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울산의 산업 구조, 입지 여건, 전력·용수 등 인프라 경쟁력, 인재 수급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데이터센터 운영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 산업군을 정의하고, 실제 투자 가능성이 높은 유망 기업 후보군을 도출할 예정이다. 서버와 반도체 부품, 냉각 및 전력 설비, 보안 솔루션, 클라우드·AI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산업 전반이 주요 검토 대상에 오른다.
울산시는 이번 전략의 핵심을 '집적'에 두고 있다. 단순히 개별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 간 연계와 시너지가 가능한 공간 구조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운영과 직결되는 설비·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집적을 유도하고, 이후 AI 응용 서비스와 플랫폼 기업, 연구기관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성장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산업과 단절된 시설로 남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클러스터의 중심축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기업 유치를 뒷받침할 지원책도 병행 추진된다. 울산시는 기존 투자유치 보조금을 적극 활용해 기업의 입지 조성과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한편, 기술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입지·장비·고용·연구개발(R&D)을 한 번에 지원하는 일괄 특전 방식을 통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기업이 울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제도적 기반 정비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울산시는 내년 상반기 중 관련 조례 개정 등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연관산업 유치와 지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방침이다.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 차원의 선제적 제도 정비가 실제 투자 유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전략은 울산의 산업 체질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지만,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와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연관 산업은 기존 제조업과의 결합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울산형 산업 전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AI와 데이터 기술은 스마트 공장, 자율 제조, 에너지 효율 관리 등 기존 주력 산업의 고도화에도 직접 활용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축적되는 기술과 전문 인력이 지역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단순한 신산업 유치가 아니라, 기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울산시는 용역 결과가 도출되는 즉시 유망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설명회와 맞춤형 상담, 현장 중심의 유치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울산의 입지 경쟁력과 지원 제도를 적극 알리고, 실제 투자로 연결되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연관산업은 울산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라며 "울산형 유치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계획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를 어떻게 산업 생태계로 확장하느냐에 따라 지역 경제의 향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울산이 이번 전략을 통해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도시'를 넘어 'AI 산업이 성장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향후 실행 과정과 성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