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가 주최하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소장 김형철)가 주관하는 '2026 SW산업전망 컨퍼런스(Software Prospect Conference)'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그리고 대전환'을 주제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인공지능 전문언론 AI포스트(AIPOST)는 국내외 AI·SW 산업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시장 전망과 전략적 대응 방향을 심도 있게 전달하기 위해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특집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편집자주>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와 마주하며 전 세계에 인공지능의 충격을 안겼던 이세돌 9단은 이제 교수의 직함으로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섰다. 지난 10년간 AI 기술은 바둑판을 넘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었지만, 그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그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신의 한 수 78수? 사실은 신념을 꺾은 68수가 승부처”
이세돌 교수는 강연 중 세상을 놀라게 했던 제4국의 ‘78수’에 숨겨진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78수를 기억하지만, 실제 승부수는 68수였다”고 밝혔다. 68수는 바둑의 정석이자 최선의 수인 ‘정수’가 아니었으며, 오직 알파고의 버그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던진 수였다는 것이다.
그는 “평생 바둑을 두며 최선의 수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둔 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라며 AI라는 압도적인 벽 앞에서 자신의 바둑 철학마저 내려놓아야 했던 인간적 고뇌를 회상했다. 이는 AI 시대에 우리가 마주할 ‘전략적 유연함’과 ‘새로운 판 짜기’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상향 평준화는 착각…AI 활용 능력에 따른 ‘격차 가속화’ 경계해야”
AI가 보급되면 모두의 실력이 비슷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 교수는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바둑계에서 AI 학습이 보편화된 이후, 오히려 상위 랭커와 하위 랭커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상위 랭커들은 AI를 단순히 정답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전략에 녹여내는 ‘활용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격차 가속화’ 현상은 바둑뿐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의 자리마저 위협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정답은 AI가 주지만, 원리는 인간의 몫"
그는 현재의 AI 환경을 “AI가 보여주는 정답 수치(블루스팟)에만 매몰된 시대”라고 진단했다. 해설자나 기사들이 AI의 승률 그래프만 보고 ‘정답’을 말할 뿐, 그 수가 왜 좋은지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인간만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룰이 명확한 중간 과정은 AI가 강력하지만,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정하는 ‘시작’과 유의미한 결과로 매듭짓는 ‘끝’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라며 "AI가 소설, 영상 등을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AI를 도구 삼아 자신만의 가치관이 담긴 ‘콘텐츠’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당신은 AI가 짜놓은 판에 적응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만의 판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습니까?”
이번 컨퍼런스를 관통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그리고 대전환’이라는 주제는 결국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인간의 의지로 수렴된다. 강연장을 나서는 청중들에게 던져진 그의 마지막 질문은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당신의 다음 수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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