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행정 집행에 있어 공직자 책임을 강조하며 술자리 담소, 여의도 정치에서 오가는 엉뚱한 소리와 행정을 집행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술자리에서는 약간 고의를 섞어 거짓말을 해도 무슨 상관이 있냐. 정치 세계에서도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관계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지나치면 안 된다"며 "특히 행정조직 내에서는 상사에게 혼날 것 같으니 적당히 거짓말로 회피하고 왜곡하는 것은 제일 나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하는 거짓말도 칭찬받은 일이 아니다. 모르는 건 모르는 데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라며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지는 것으로 공짜는 없다. 자리가 주는 온갖 명예와 혜택은 다 누리면서도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그런 태도는 정말 천하의 도둑놈 심보 아니냐"고 했다.
이어 "그건 공직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어떤 역할도 맡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왜 그 자리 차지하고 있느냐"며 "돈과 명예 누리고 싶으면 나가서 열심히 일하라. 공직이라고 허는 게 책임이 먼저 아니냐"고 했다.
또한 "제대로 보고하고, 보고 할 거 하고, 왜곡하지 말고, 허위보고하지 말고, 상사의 판단을 도와주는 게 부하의 보좌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행정 영역에서는 허위보고 절대 하면 안된다"면서 "이 자리에서 얘기한 거 하고 뒤에 가서, 다른데 가서 또 다른 얘기하는데 그러면 되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긴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니라 행정을 집행하는 지휘 체계 속에 있는 사람들 간에 서로 보고하고 보완하는 자리"라며 "행정을 하는 자리고 지휘하고 명령하고 따르는 행정 영역인데 왜 그걸 (정치적 논쟁 자리로) 그렇게 악용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관세청 업무보고에서 질문했던 예를 들며 "관세청이 외환 관리를 하니까 당연히 관세청이 책임을 지는 줄 알았더니 이 자리에서 관세청장이 '자기들이 실제 하는 게 아니라 그건 공항공사가 한다'고 해서 제가 믿을 수 밖에 없다"며 "관세청이 공항공사에 위탁을 했다, 1만 달러 이상 외화 반출 문제는 공항공사가 검색 대신한다고 지난해에 공식 협정(MOU)을 맺었다는 것을 기사 댓글 보고 알았다. 대중들은 다 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은 서로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우리가 느낀 것 이상의 것을 느낀다. 그래서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당일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범죄를 가르쳤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 문제는 예전에 정부가 보도자료로도 낸 사안이다. 범죄를 쉬쉬하며 기회를 주라는 것이냐"며 "(이런 논리라면)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냐"라고 하자 참석자들이 웃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질타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업무보고 후 소셜미디어와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MOU는 양해각서로서 협력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책임이 없다. 이와 달리 위탁은 법령 혹은 계약에 따라 업무를 다른 기관에 맡기는 것으로 법적 책임이 있다"며 "외화 불법 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MOU로 업무 협조를 하는 것으로 위탁받은 적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또 다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 "불법 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이고, 인천공항공사의 검색 업무는 칼, 송곳, 총기류, 라이터, 액체류 등 위해 품목이다. 인천공항은 위해물품 검색 과정에서 불법 외화 반출이 발견되면 세관에 인계한다"면서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인천공항공사 직원들도 보안 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는 모르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님께서 해법으로 제시하신 100% 수하물 개장 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 될 것"이라며 "세관과 좋은 방안이 있는지를 협의하겠다"고 적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은 재래식 언론이라고 그러는데 옛날 특정 언론들이 스크린해서 보여주는 것만 보이던 시대가 있었다. '게이트 키핑(gate-keeping)' 역할을 하면서 자기들이 필요한 정보만 전달해 주고 아닌 것은 가리고, 필요하면 살짝 왜곡했다"며 "지금은 안 그렇다. 실시간으로 다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래서 이 업무도 가급적 모두 공개해야한다"며 "공개 행정의 원칙, 법에 있는데 왜 공개하는 것을 그리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통령은 산업부 공무원의 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 있음을 거론하며 "전 세계가 격변하는 격동의 시대다. 돈을 벌고 기술 개발은 기업들이 하지만 방향을 정하고 그들이 행동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그들을 이끌어가는 것은 여전히 공직자들, 그중에서도 행정 공무원들"이라며 공직자 책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 후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고리대, 도박 중독 등을 나라가 망하는 말기 현상으로 꼽았다.
이어 강원랜드에서 도박 중독의 피해가 줄고 있는지 통계적 근거 등을 물으며 폐해 정도에 대한 보고를 대통령비서실에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명칭을 물으며 사업성 분석을 검토했는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결하는 방안이 있는지 등을 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직무대행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집단 행위에 대해서도 힘의 균형을 강조하며 "기업들의 경우는 공정거래법상 원칙적으로 단체행동이나 단결 행위, 집단 교섭 행위가 다 금지돼 있다"면서도 "납품기업들 또는 대리점 등이 집합적으로 조직화하고 집단으로 협상하고 극단적인 경우는 집단행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힘의 균형이 맞을 거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공황 시기를 거론하며 "1900년대 초반에도 미국에서도 소요죄, 폭동죄, 내란죄 이름으로 사형을 집행했는데 대공황의 원인이었다"며 "결국은 힘센 자본가들이 담합하고 독점하고 결합하면서 약한 노동자들을 계속 탄압하다 보니 소득분배도 제대로 안 되고, 수요도 죽어서 대공황이 왔다는 논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강자 기업과 대부분 종속된 압도적 다수의 납품기업, 여기서도 힘의 균형을 이뤄주는 게 정말 중요한 과제가 된 것 같다"면서 중소기업, 가맹점, 대리점 등이 연합·단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식재산처,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를 마치고 오후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에 환경부와 기후, 에너지 분야를 합쳐서 새로 만든 부처인데, 이게 지금 부처의 성격이 다를 수도 있고 비슷할 수도 있다"면서 "환경 보전 분야에 특화된 환경부와 환경과 공존해야 되는 에너지 분야를 합쳐 놨는데, 잘 조정하고 공존의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력은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논쟁거리"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원전 정책이 정치 의제처럼 돼 버렸다. 효율성이나 타당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편 가르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원전 한 곳을 건설하는데 걸리는 기간 등 원전 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상하고 있다"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하면 부피가 확 줄어들 수 있다고 하던데 맞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자력환경공단 등의 답변이 서로 다르게 나오자 당적이 없는 사람만 말하라고 하는 등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드러내는 한편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고자 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국립공원 내 불법점거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물으며 내년 여름까지 정리하라고 강력하게 지시했다.
이밖에 일회용컵 보증제 정책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어떤 제도를 만들 때는 실현 가능성이나 국민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냥 필요성만 고려해서 하다 보니까 저항도 생기고, 비난받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때 결정한 재활용 컵, 빨대 정책에 대해 "우리가 훨씬 재활용 제도를 잘하고 있었음에도 유럽의 일부 제도를 베껴서 했는데, 점주는 점주대로 불편하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생활성에 불편을 주다보니 자칫 비난받을 가능성이 많다"며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경찰청, 소방청을 포함한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서 "안전 분야 담당하는 부서인데, 여러분이 지난 6개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준 결과로 정말 큰 사건·사고 없이 잘 넘어온 것 같다"고 격려했다.
이어 "특히 경찰은 이번에 국제적·초국적 범죄에 대응을 잘해줘서 보이스피싱 실제 피해가 종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면서 "국민 피해들도 줄고, 검거율도 늘고, 매우 잘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국민이 안전한 삶을 살게 될지, 불안한 삶을 살게 될지 결정되니까 여러분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우리 사회에 혐오 표현, 혐오 현수막이 너무 문제"라며 혐오 현수막 단속을 촉구했다.
아울러 유튜브, 기사 댓글, 커뮤니티 등에서 가짜뉴스 횡행,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 조작 등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있는지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묻자, 유 대행은 "조직적으로 됐다든지 하는 증거가 나오면 업무방해 등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집회 진압 인력보다 민생·치안 담당 경찰 인력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이 무인 소방로봇, 초고층용 드론 등을 재난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추진 계획을 밝히자 "정말 위험한 화마 속으로 꼭 사람이 소방 장비를 지고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로봇 소방 활동이 필요한 경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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