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한다고 밝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다. 이번 조치로 제재 대상이 아닌 업체들도 거래를 꺼릴 가능성이 있어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주 미국의 베네수엘라 연안 유조선 나포 뒤 최대 거래 상대국인 중국 업체 등이 위험 비용을 들어 베네수엘라 쪽에 가격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베네수엘라는 남미 역사상 가장 큰 함대에 완전히 포위돼 있다"며 "나는 오늘 베네수엘라로 들어가거나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를 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마약 밀수 등의 혐의를 제기하며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한다"고도 선언했다.
이는 지난주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 한 척을 나포한 데 이어 석유 산업 의존이 큰 베네수엘라 경제에 대한 압박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최근 몇 달간 미국은 카리브해 배치 병력을 끌어 올려 항공모함, 강습상륙함을 포함해 11척의 해군 함정을 이곳에 집결시켰다. 미국은 9월부터 이 지역에서 마약운반의심선 폭격에 나서 25차례 공격을 수행해 최소 95명을 죽이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원유 선적을 추적하는 사이트 탱커트래커스닷컴을 인용해 지난주 기준 베네수엘라 해역에 있거나 접근 중인 선박 80척 중 30척이 제재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미군이 집결해 있는 상황에서 위험 부담 탓에 제재 대상 외 선박도 베네수엘라 입항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봉쇄 대상을 제재 대상 유조선으로 한정했지만 실질적으론 베네수엘라 원유를 운송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공포를 느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봉쇄를 발표하기 전에도 미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석유 운송을 위한 선박 추가 나포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덧붙였다.
지난주 미국의 유조선 나포 뒤 베네수엘라는 이미 주요 수출 상대국 업체들로부터 원유 가격 할인 압박에 직면에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16일 <로이터>는 중국 정유사를 포함해 베네수엘라 원유 구매 업체들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에 가격 할인과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중개업자와 한 업체 소식통은 통신에 중국으로 향하는 베네수엘라 메레이 중질유 할인폭이 지난주 배럴당 14~15달러 수준에서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최대 21달러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통신은 추가 할인 요인 대부분이 미군의 카리브해 주둔에 따른 요격, 지연, 항로 변경 위험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중개업자들이 추가 할인을 시도함에 따라 이번 주 기준 1100만 배럴의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출항 대기 중인 선박에 묶여 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구매국은 중국이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자국의 부를 강탈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AP> 통신을 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16일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법, 자유 무역, 자유 항행 원칙을 위반"해 자국에 "무모하고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원유, 땅, 광물 자원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한다"며 "우리나라에 속한 부를 빼앗기 위한 목적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해상 봉쇄"를 부과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봉쇄 조치는 카리브해 마약운반의심선 폭격과 함께 또 다른 법적 문제를 야기할 전망이다. <로이터>를 보면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법학전문대학원의 국제법 학자 엘레나 차치코는 봉쇄가 전통적으로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되는 "전쟁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며 "국내법과 국제법 양쪽에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봉쇄를 "의심의 여지 없는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의회가 승인한 적 없고 미국인들도 원치 않은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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