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최근 합계출산율이 1년 이상 상승세를 보이는 배경을 묻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구 위기 국면에서 나타난 출산율 반등을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바꾸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담긴 발언이다.
◇합계출산율 0.72→0.75→0.8→0.85명
최근 신생아 수가 완만하지만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출생아 수는 19만 1000명으로 2007년 이후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초 발표 예정인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명대를 기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2024년 0.75명으로 반등했다. 올해 0.8명대를 회복한다면 2026년 이후 추가 반등에 대한 기대도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산모 진료 기록을 활용해 예측한 결과 2026년 합계출산율은 0.85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망대로라면 3년 연속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곧바로 ‘회복의 시작’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80년대 이후 1988년, 2000년, 2007년, 2012년, 2015년 등 다섯 차례 상승했지만 대부분 1년 안팎의 일시적 반등에 그쳐서다. 올림픽 개최, 외환위기·금융위기 이후 등 국가적 이벤트나 위기 국면을 지나며 나타난 반짝 효과였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합계출산율이 몇 년간 오르내리는 주기를 반복했지만 장기적 하락 추세는 바뀌지 않았다”며 “합계출산율 0.01명은 출생아 수 1만명 정도만 늘어도 변할 수 있는 수치인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도 “미뤄졌던 결혼과 출산이 한꺼번에 나타나며 수치가 오른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크다”며 “긍정적 신호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신호가 충분히 강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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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증가 고무적이지만”…핵심 원인 해결책 1~2개라도 내놓아야
출산율 반등의 가장 확실한 선행 지표로 꼽히는 혼인 건수는 분명히 회복세다. 연간 20만~30만건 수준이던 혼인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10만건대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다시 20만건대를 회복했다. 올해 9월까지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혼인이 출산보다 1~2년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2~3년간 출산율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산 가능 여성 인구 자체가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현재 출산율을 견인하는 연령대인 △30~34세(164만명) △35~39세(152만명) △40~44세(190만명)에 비해 미래 출산 주력층인 △25~29세(158만명) △20~24세(127만명)는 규모가 크게 적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 청년층의 고용·주거 불안까지 겹치면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원장은 “저출생의 근본 원인인 사회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청년 일자리나 주거 문제처럼 핵심 원인 1~2개라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최소 1.5명 이상은 돼야 한다”며 “적어도 둘 이상의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정책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권 내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전 정부에선 출산율을 단기간 끌어올리기 위해 청년 전체보다는 이미 결혼한 가구 중심 정책에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며 “그 결과 중장기 인구 전략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 역시 인구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에 대한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며 “장기 전략이 없으니 사회적 논의도 깊어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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