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에 군사자산 집중하는 미국...과거와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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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에 군사자산 집중하는 미국...과거와 차이점은?

BBC News 코리아 2025-12-17 17:09: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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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 갑판의 전투기들
Reuters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USS 제럴드 포드'함을 비롯한 여러 군함이 카리브해에 배치된 상태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카리브해에서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로 군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카리브해에 이처럼 많은 미군 군함 및 병력이 집결한 것은 1989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미국은 마약 밀거래 의혹을 받던 마누엘 노리에가 파나마 지도자를 결국 축출했다.

그 당시와 지금은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차이가 더 크다.

1989년 12월 16일, 미 해병대의 로버트 파즈 중위는 쉐보레 임팔라 차량 뒷좌석에 탄 채 파나마시티 소재 메리어트 호텔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가고 있었다. 미국과 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 간 긴장이 끓어오르던 시기였다.

현지에 주둔하던 미군 4명을 태운 해당 차량이 파나마 방위군 검문소에 접근하자 군인 6명은 일제히 차량을 둘러쌌다.

말다툼 끝에 파나마 군인들은 출발하는 이 차량을 향해 발포했고, 이 과정에서 파즈 중위는 목숨을 잃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4일 뒤인 12월 20일,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했다.

이 사건은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인 마지막 대규모 해외 군사 개입으로 기록된다.

미 당국이 '정당한 명분 작전'이라 명명한 이 작전이 끝날 무렵 동원된 미군 병력은 약 3만 명에 달하며, 노리에가는 결국 축출돼 마이애미로 이송된 뒤 마약 밀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UN은 해당 침공으로 파나마인 약 500명이 숨진 것으로 본다. 미국은 그 수가 훨씬 적었다고 주장하나, 일각에서는 실제로는 그보다도 훨씬 더 많았다고 말한다.

젊은 여성이 잘 정돈된 묘지에 파나마 국기를 내려놓고 있는 모습
Getty Images
미국의 파나마 침공 당시 사망한 파나마인 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 1989년 파나마 침공은 카리브해 지역에서 미군이 이토록 대규모로 집결한 마지막 사례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이와 유사한 수준의 병력 증강이 목격되고 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유사점도 눈에 띄지만, 차이점 또한 분명하다.

우선 두 사건은 수십 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긴 했으나,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독재자 간 언쟁이 격화한 끝에 해당 지역에 미군이 대규모로 집결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또한 두 사례 모두에서 미국은 해당 지도자가 마약 밀매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궁지에 몰린 라틴아메리카의 지도자는 더욱더 큰 내부적 압박을 받게 됐다.

미국 정부는 노리에가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사례 모두에서 해당 정부가 마약을 밀매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주장으로 내세운다.

노리에가의 머그샷
Getty
파나마에서 결국 투항한 노리에가는 미국으로 송환돼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궁극적으로 상대 지도자가 본질적으로 마약왕이라는 전제는 이후 미국이 자국민에게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는 주요 근거가 됐다.

아울러 두 국가 모두 파나마 운하,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석유 매장량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기에 위험 부담이 커지는 곳이다.

그러나 두 사례 간 차이점 또한 뚜렷하다.

우선 시대적으로 냉전 시대와 현 21세기는 매우 다르다. 또한 1989년 당시 미국을 이끌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매우 다른 지도자다.

이에 더해 노리에가는 수년간 미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으며, 이후 금융 기록부터 파나마에서 '메데인 카르텔'을 위해 비행기로 마약을 실어 나르거나 자금 세탁을 담당했던 인물들의 증언에 이르기까지, 여러 반박하기 어려운 증거를 근거로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심지어 해당 카르텔의 최고위급 인사가 나서 노리에가가 마약 밀매에 직접 관여했다고 지목했다.

반면 현재의 사례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카리브 지역에서 자국군이 공습한 고속정들이 마두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 당국은 마두로가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태양의 카르텔)'의 수장이라고 주장한다. 베네수엘라의 전현직 고위 군 간부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다.

그러나 많은 마약 전쟁 분석가들은 태양의 카르텔이 공식적으로 실제 존재하는 범죄 조직인지, 혹은 베네수엘라의 항구를 통해 마약이나 천연자원을 불법 거래하며 부를 축적하는 부패한 베네수엘라 관료들을 전반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마두로와 그 행정부는 이와 같은 카르텔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이는 자신을 권력에서 몰아내고자 미국이 퍼뜨린 근거 없는 "서사"라고 반박한다.

연설 중인 마두로의 모습
Reuters
니콜라스 마두로는 미국이 자신을 축출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비난해왔다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디오스다도 카벨로 내무장관은 지난달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태양의 카르텔'이라는 것을 꺼내 들었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증명할 수 없을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두로 일가가 마약 밀매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존재한다.

지난 2015년,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잠복 수사 끝에 마두로 대통령의 처조카 2명을 아이티에서 체포했다. 마두로 대통령 부인의 여동생의 자녀들이 미국으로 코카인 800kg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마약 조카들(narco-nephews)'로 알려진 이 두 사람(프란시스코 플로레스 데 프레이타스와 에프라인 안토니오 캄포 플로레스)은 수년간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 당시 수감자 교환 프로그램에 따라 베네수엘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은 물론 또 다른 조카인 카를로스 에릭 말피카 플로레스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제재 소식을 전하며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마두로와 그의 베네수엘라 내 공범자들이 우리 국민을 중독시키는 마약을 미국으로 대량 유입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 재무부는 마두로 정권과 그 패거리 및 관련 기업들의 지속적인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거리'라는 표현은 1980년대 미국이 노리에가 정권을 묘사하던 표현과 유사하다. 당시 미 상원 소위원회의 보고서는 노리에가 정권을 '반구 최초의 마약-도둑 정치'라고 규정했다.

36년이 흐른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마두로 전략 핵심은 바로 '마약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다.

이 용어는 법적 정의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미 1987년에 미 법무부는 마약 테러리즘을 "테러 조직과 반군 단체가 마약 밀매에 관여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문제가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베네수엘라 사례의 쟁점은 최근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이른바 '마약 테러리즘'을 퇴치한다며 취한 조치들의 국제법상 근거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이 마약 카르텔과 '비국제적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카리브해에서 마약을 운반한다고 의심되는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해당 선박들은 교전규칙 상 정당한 표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9월 2일 발생한 마약 밀매선 의심 선박 공격의 2번째 공습을 둘러싸고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2번째 공격으로 1차 공격에서 살아남은 2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2번째 공습이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형이라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그러나 논란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최근 비공개 브리핑에서 고위 의원들이 확인한 해당 공습 영상을 대중에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2번째 공격 영상 공개에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후 이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국방부는 2번째 공격 관련 영상 혹은 법률 자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백악관은 "무력 분쟁법에 맞게 수행됐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은 특히 미군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나포하며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주변 하늘과 바다를 장악하게 되면 남는 것은 육지뿐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협상을 통한 해결책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으나, 마두로와 백악관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방안은 좀처럼 마련되기 힘들어 보인다.

그나마 파나마 사태가 남긴 교훈에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면, 최근 갈등이 1989년 크리스마스 침공보다 덜 전통적인 형태일지라도,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여전히 일촉즉발의 상태로, 파즈 중위 피살 사건과 같은 단 한 번의 계기를 통해 더 큰 사태로 폭발할 잠재력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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