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328회 범행…법원 "생활 소음과 구분되는 수준"
스토킹죄 60대 징역형 집유…"피해자에 진심 어린 사죄 필요"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윗집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밤마다 둔기로 바닥을 내리치거나 소리를 질러 아랫집에 피해를 준 60대가 항소심에서 죗값이 늘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17일 A(65)씨의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위층에서 소음이 난다는 이유로 홧김에 벽이나 바닥을 여러 차례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아래층에 사는 B(40)씨 가족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행위를 일삼았다.
A씨는 4개월간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총 328회에 걸쳐 둔기로 가격하는 듯한 '땅, 땅, 땅' 소리와 괴성을 지르는 소리, '쿵, 쿵' 대는 발 구름 소리로 애꿎은 아랫집을 괴롭혔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층간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3∼4회 정도 막대기로 천장을 치거나 야간에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았고 스토킹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1심은 B씨 가족이 소음을 녹음한 파일을 살펴볼 때 단순한 발소리나 일반적인 생활 소음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수준의 소음을 보이고, 이 소음이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1심은 소음 유형과 정도, 시각이 비슷한 소음이 여러 차례 녹음파일에 담긴 점에서 동일인이 낸 소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고, B씨 가족이 A씨 아래층에 이사 오기 전에도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지속해 A씨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점, A씨 주거지 천장과 바닥 여러 곳에서 물건에 찍힌 듯한 흔적이 발견된 점 등을 유죄 근거로 삼았다.
아파트 층간소음 관리위원회가 중재한 분쟁 조정 과정에서 A씨가 소음 측정을 위한 녹음기 설치 제안을 거부하고 조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반해, 녹음기 설치 제안을 받아들인 위층에서는 별다른 소리가 확인되지 않고 되레 A씨 집에서 발생한 소음이 확인되는 점 역시 유죄 심증 형성에 무게추를 더했다.
다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스토킹 행위 328회 중 89회는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89회 역시 유죄로 판단해 형량을 소폭 늘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당하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피고인이 현재 다른 아파트로 이사해서 추가 피해 가능성은 희박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은혜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원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뒤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행동해 배신감을 느꼈다'며 엄벌탄원서를 냈다"고 질타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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