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된 인공지능(AI) 기반 원격 치료 솔루션이 진입 장벽 높기로 유명한 미국 의료 시장에서 유의미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미국 재활 의료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낮은 환자 순응도'와 '행정 비효율'을 기술적으로 풀어낸 점이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픽스업헬스(FixUp Health)가 최근 시드(Seed) 라운드 투자를 마무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한국투자엑셀러레이터와 시너지IB투자가 주도했다. 앞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탈(VC)인 DHP와 글로벌 VC 래빗벤처스(Rabbit VC)로부터 프리 시드 투자를 받은 데 이은 후속 성과다.
미국 재활의료 시장은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비효율에 시달려왔다. 물리적인 거리와 비용 문제로 환자가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이 높고, 의료진은 과중한 행정 업무로 인해 환자 케어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픽스업헬스가 개발한 '원격 치료 모니터링(RTM, Remote Therapeutic Monitoring)' 솔루션은 환자의 운동 수행 정보와 건강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위험 요인을 조기에 감지하고 의료진이 임상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산하 기관을 비롯해 미국 전역의 독립 의원부터 대학병원 외래센터까지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해당 솔루션을 도입했다. 현지 임상의들은 환자 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치료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번 성과는 창업자의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픽스업헬스를 이끄는 임상원 대표는 하버드대에서 공중보건을 전공하고 실제 재활 분야 임상 경험을 갖춘 전문가다. 의료 현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술에 접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임 대표는 "미국 재활의료 시장은 높은 행정 부담과 비효율로 인해 혁신의 여지가 여전히 큰 곳"이라며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AI 기반 RTM 기술을 고도화하고, 미국 전역에 새로운 재활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업계에서는 미국 내 RTM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 체계에서 RTM 관련 CPT 코드(Current Procedural Terminology, 의료행위 분류코드)의 청구 건수와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병원 수익성 개선과 치료 효과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를 리드한 남우현 한국투자엑셀러레이터 팀장은 "RTM은 단순한 원격 진료를 넘어 치료의 지속성과 조기 개입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픽스업헬스는 한국계 전문가가 이끄는 실행력 높은 팀으로, 급변하는 미국 재활의료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픽스업헬스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미국 내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기술적 신뢰성을 입증한 만큼, 공격적인 영업망 확충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보수적인 미국 의료 시장 특성상, 초기 진입 이후 얼마나 빠르게 일반 로컬 병원까지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Copyright ⓒ 스타트업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