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간정보 기술이 보수적인 일본 골프장 관리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건설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온 국내 스타트업의 솔루션이 해외 레저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채택되면서다.
싸이칸홀딩스(회장 김정률) 산하 싸이칸63골프그룹은 최근 국내 공간정보 AI 전문기업 메이사와 손잡고 자사가 운영 중인 일본 내 주요 골프장에 코스 관리 플랫폼 ‘메이사그린(Meissa Green)’을 도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도입은 단순한 시스템 교체를 넘어, 해외 사업장의 물리적 거리를 기술로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끈다. 싸이칸홀딩스는 2007년 일본 사가현 다케오우레시노 국제컨트리클럽 인수를 기점으로 일본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텐잔 컨트리클럽, 싸이칸 위너스 골프클럽, 나인스톤 골프클럽 등 사가현 내에서만 4곳, 총 63홀 규모의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규모가 커진 만큼 관리의 복잡성도 증대됐다. 특히 한국 본사에서 바다 건너 일본 현장의 잔디 상태나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싸이칸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이사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낙점했다.
메이사그린은 드론이 촬영한 공간 정보를 바탕으로 골프장을 3차원 디지털 환경에 그대로 구현하는 솔루션이다. 현장 관리자가 드론을 띄우면 코스 전역의 지형, 식생지수, 작업 데이터가 시각화되어 클라우드(SaaS)로 전송된다. 본사 경영진은 사무실 모니터를 통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코스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장 인력의 수용성 문제도 해결했다. 통상 새로운 IT 솔루션 도입 시 현장 실무자들의 반발이나 적응 실패가 빈번하지만, 메이사그린은 별도 설치 과정 없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시비(비료 살포)나 예초 기록 등 필수적인 코스 관리 업무를 모바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 일본 현지 직원들도 별도의 고난도 교육 없이 즉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메이사 입장에서도 이번 계약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대형 건설사나 공공기관의 건설·토목 현장을 중심으로 쌓아온 공간정보 분석 노하우를 '골프장'이라는 새로운 버티컬 시장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의 거친 지형을 분석하던 기술력이 정교함이 생명인 골프 코스 관리에서도 통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싸이칸63골프그룹은 이번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골프장별로 제각각이던 관리 기준을 하나로 통일할 방침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운영 효율은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여 일본 현지 골프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메이사 관계자는 "공간정보 디지털트윈은 현장의 상태를 감이나 경험이 아닌 '숫자'와 '데이터'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라며 "싸이칸63골프그룹의 사례는 원격 모니터링이 필수적인 글로벌 골프장 운영 관리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싸이칸홀딩스는 주거 및 상업시설 개발 외에도 레저 문화시설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메이사는 드론과 위성, IoT를 융합한 공간정보 기술을 인프라 및 도시 개발 영역으로 지속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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