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지시 당일 또 ‘응급실 뺑뺑이’…복지부 역량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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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지시 당일 또 ‘응급실 뺑뺑이’…복지부 역량 도마 위

투데이신문 2025-12-17 16:55: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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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소재 모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서울 시내 소재 모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응급실 뺑뺑이’ 대책 마련을 지시한 당일 부산에서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업무보고에서 복지부가 관련 대책을 제시했지만 병원 수용 거부에 대한 강제력 있는 통제나 책임 규정은 손대지 않은 채 이송 조정 주체만 바꾸는 대책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구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의 대응 역량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른 모양새다.

1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께 부산 소재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10세 여아가 감기 증상으로 수액을 맞던 도중 의식 저하 증세를 보였다.

의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소방대원들은 병원 12곳에 연락했지만 대부분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던 중 한 2차 병원에서 환자를 받겠다고 해 환자를 이송하던 중 갑자기 여아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후 도착한 병원에서 아이는 응급 처치를 받아 맥박과 혈압이 다시 돌아왔지만 이후에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3차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 치료 중인 상태다. 소방당국이 병원을 수배하기 시작할 때부터 3차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20분가량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10월 20일에도 부산 한 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 A군이 쓰러진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당시 119구급대는 신고 접수 1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A군을 이송했는데, 환자는 ‘소아 진료 불가’를 이유로 14차례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했다. 이후 15번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19 구급대원이 환자와 보호자를 태우고 병원을 찾아다니는 게 맞냐”며 “현실은 여전히 길에서 사람들이 죽어간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일단 병원은 119구급대원이나 가족보다 (치료에) 낫지 않냐”며 “응급 조치라도 하며 다른 병원을 수배해 전원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전화해 (환자를) 분산하는 제도는 응급실 과밀화 때문”이라며 “최종 치료가 안 되면 (결국) 어딘가에 댐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 제도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응급 환자를 거부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냐”며 거듭 대책을 물었고 정 장관은 “환자와 병원을 매칭하는 트롤타워, 광역 상황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나름 시스템을 만들어 놨지만 일부 작동이 안 되는 것이 현실 아닌가”라며 “현실은 여전히 구급차를 타고 환자가 돌아다니는 문제가 있다”며 복지부에 대책을 마련해 별도로 국무회의에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복지부는 업무보고에서 응급의료 대책으로 응급환자 이송·전원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인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인력을 현 120명에서 내년 150명으로 증원하고 이를 통해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과 병원 간 전원 절차를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119구급대와 구급상황센터가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한 뒤 수용 가능 병원을 개별적으로 선정해 이송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에서 벗어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중증 환자 이송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도록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과연 ‘컨트롤타워’ 미흡에서 비롯된 문제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나오고 있다. 병원의 사전 허락 없이는 환자 이송이 불가능한 현행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전화를 돌리는 주체만 구급대에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로 바꾼다고 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현행 제도를 둘러싼 현장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응급의료법에 규정된 ‘병원 수용 능력 확인’ 의무가 현실에서는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급대는 환자를 이송하기 전 병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고 이 과정에서 치료의 골든타임이 지연되거나 소실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이하 소사공노)은 부산에서 응급환자가 사망한 당일인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내고 응급실 뺑뺑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제력 있는’ 이송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환자 이송 지침을 아무리 만들어도 병원이 거부하면 그만인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응급실 뺑뺑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소사공노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과 강제 배정 시스템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며 “119구급대가 이송하는 응급환자에 대해 병원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이후 전원 조치 등을 조정하는 ‘선 수용, 후 조치’ 원칙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같은 날 “병원마다 제각각 전화를 받고 끊는 구조로는 ‘응급실 뺑뺑이’를 끊을 수 없다”며 “동시에 행정과 현장의 자율권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지역 진료권’ 안에서 권역응급센터,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주요 민간병원이 함께 책임지는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복지부가 발표한 대책에는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문제나 배후 진료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응급 처치조차 제공하지 않는 관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응급환자 수용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 빠진 채 이송 체계의 운영 주체만 조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는 동안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대응이 ‘관리’가 아닌 ‘설명’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강화만으로는 정부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에 “응급환자 이송은 119구급대뿐 아니라 민간 구급차량까지 포함되는 만큼 이를 포괄하는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컨트롤타워 역시 광역 단위가 아니라 최소 30여개 권역별로 설치돼야 응급의료기관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질적인 소통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컨트롤타워 구축보다 우선돼야 할 과제로 실시간 전산시스템 마련을 꼽았다. 그는 “구급차량에서 의료기관 응급실의 제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망이 구축돼야 한다”며 “의료기관 여건에 따라 수용 가능한 응급환자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환자만 이송하도록 한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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