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풍의 '자가당착'…"美 정부가 최윤범 개인 거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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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풍의 '자가당착'…"美 정부가 최윤범 개인 거수기인가"

AP신문 2025-12-17 16:49: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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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AP뉴스) 조수빈 기자
ⓒAP신문(AP뉴스) 조수빈 기자

[AP신문 = 조수빈 기자]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50년 제련산업 쇠퇴를 되돌릴 전환점'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으려는 법적 공방이 예고됐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11조원 규모의 자원 동맹을 선언한 직후, 영풍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찬물을 끼얹은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6일 미국 국방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이를 '최우선 과제의 실현'이라며 치켜세웠고, 미국 정부가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 이례적인 구조까지 갖췄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핵심 안보 자산'으로 격상된 순간이다. 

그러나 영풍 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적대적이다. 영풍은 이번 투자를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주주 가치 훼손을 우려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뜯어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자신들의 경영 실패를 덮고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적반하장'에 가깝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팩트부터 짚어보자.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했다. 미 국방부와 상무부가 단순히 특정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 수조 원을 투자할 리 만무하다. 이는 철저히 미국의 국가 안보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시적 전략 하에 이루어진 결정이다. 이를 두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폄하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판단력마저 부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최근 6개월간 100억달러(약 14조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US스틸, 인텔, MP머터리얼즈, 트릴로지메탈스, 웨스팅하우스 등 핵심 광물·IT·에너지 기업의 지분과 워런트(신주인수권)를 잇달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투자를 받은 핵심광물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크게 향상됐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 미국 정부가 지분 15%를 인수한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는 56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수준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10월 미국 정부 투자를 받은 리튬아메리카의 기업가치도 약 50% 성장했다. 

즉, 영풍은 '협력을 빙자한 방어'라고 비판하기 전에, 자신들의 행보부터 돌아봐야 한다. 가장 뼈아픈 것은 영풍의 처참한 성적표다. 고려아연이 기술 혁신과 신사업 투자로 매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영풍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수년째 환경 오염 논란과 안전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는 곧장 실적 추락으로 이어졌다. 당장 올해 3분기로만 놓고 봐도, 누계 기준 영업손실이 1600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무려 5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특히 당기순손실 기준, 2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5배 이상 확대됐다.  

사실상 영풍을 지탱해 온 것은 고려아연이었다. 본업에서 낸 구멍 난 실적을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수천억 원의 배당금으로 메꾸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창업주 가문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고려아연의 M&A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각을 달리해 보면, 진정으로 '방어'가 급한 쪽은 어디인가. 본업 경쟁력을 상실하고 환경 리스크에 갇힌 영풍이야말로, 잘 나가는 고려아연을 집어삼켜 자신들의 경영 실책을 만회하려는 것이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MBK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와 손잡고 적대적 M&A를 시도한 것 자체가, 스스로의 자생력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함을 자인한 셈이다. 

무엇보다, 국가 전략 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경영권을 흔드는 행위가 과연 그들이 말하는 '정상화'인가.

세계 제련 산업은 친환경과 공급망 안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도약이다. 이를 막아서는 행위야말로 기업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가깝다.

고려아연이 미국의 안보 파트너가 되어 국격을 높이는 동안, 영풍은 국내 법정에서 그 파트너십을 무산시키려 애쓰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계에서 누가 진정으로 '사업보국'을 실천하고 있고, 누가 사리사욕을 위해 국익을 해치고 있는지, 답은 이미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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