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이 17일 통일교 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김 의원의 부인 이모씨가 김건희씨에게 건넨 '로저비비에' 가방 구입 자금이 김 의원의 계좌에서 나온 정황을 포착하고, 김 의원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당시 김건희씨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측은 지난 16일 법정에서 과거 김씨에게 주식 투자 수익 일부로 수표 3억원을 전달한 적이 있다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끈다. 이 전 대표가 '투자수익을 공유한 관계'라는 취지로 김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셈이다.
권성동 징역 4년 구형…"종교결탁, 헌법가치 훼손"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상진 특별검사보는 "피고인은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누구보다 헌법 가치 수호, 국민의 권익 보호에 힘쓸 책무가 있음에도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해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자금 수수에 그치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제공하고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게 했다"며 "국회의원의 지위를 사적, 종교적 이해관계에 종속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종교단체가 대선,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로운 정치질서가 무너졌다"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반면 권 의원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 측은 "피고인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처음 만났고 신뢰 관계도 없었다"며 "돈을 주는 사람이 폭로를 무기로 위협할 가능성이 큰데,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돈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돈을 줬다는 취지로 적힌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받아내 피고인에 대한 구속 절차에 대해 몰두하고 그의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은 수사하지 않은 채 윤영호 진술을 믿었다"고 항변했다.
특검팀은 지난 10월 2일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기소)으로부터 20대 대선에서 교인의 표와 조직, 재정 등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 교단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는 등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구속 석달 만인 지난 12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며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을 요청했다. 보석 심문은 이날 결심공판을 마친 뒤 이뤄질 예정이다.
김기현 부인과 공범 판단…영장에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적시
특검팀은 이날 김기현 의원의 성동구 자택과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압수수색영장에는 김 의원이 배우자 이모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 의원이 당선된 후 김건희씨에게 시가 260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6일 윤 전 대통령 부부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선 이 클러치백과 함께 이씨가 쓴 감사 편지도 발견됐다.
특검팀은 김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통일교 신도 2천400여명을 입당시켜 김 의원을 당 대표로 밀었고, 그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본다.
이에 이씨가 선거 지원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김씨에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줬을 것이라는게 특검의 판단이다. 제품 구매 시점은 2023년 3월 16일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당초 이씨만 피의자로 입건했다가 가방 결제 대금이 김 의원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함께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이씨를 한차례 소환해 조사한 특검팀은 이날 확보한 물증을 분석한 후 조만간 김 의원에게도 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의원은 배우자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며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김건희 최측근' 이종호 징역 4년 구형…내년 2월 선고
이종호측 "김건희에 3억 수표 전달"…특검 "도이치 간접증거"
특검은 지난 16일 김건희씨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이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김건희씨의 계좌를 관리한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 조작 '주포'인 이정필씨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말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로 회유하며 25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을 받는 등 형량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특검 측은 이 전 대표에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8390만원을 구형했다.
특검은 "이 사건은 피고인이 대통령, 영부인, 법조인 등 인맥을 통해 집행유예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는 등 8390만원의 현금을 받은 변호사법 위반 사건"이라면서 "공정한 수사, 투명한 절차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부당 영향력, 검은 거래에 의해 좌우된다고 국민들을 의심하게 만들고 형사사법절차의 공정성, 무결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최후 진술에서 "가벼운 행동으로 인해 사회에 큰 물의를 빚고 양 특검의 조사를 받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2025년 8월 5일부터 현재까지 4개월 이상 구금 생활을 한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선처를 촉구했다.
이어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남은 인생에 법을 준수하고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아가겠다"며 "다시 한번 사회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선고는 내년 2월 13일 오후 2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과거 김건희씨에게 주식 투자 수익 일부로 수표 3억원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투자수익을 공유한 관계'라는 취지로 김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은 것이다.
이 발언은 특검 측이 징역 4년을 구형한 이후 변호인단의 최후변론 과정에서 나왔다. 특검이 증거인멸, 수사 비협조 등을 근거로 실형을 구형하자 수사에 충분히 협조했다고 강조하며 그 근거로 든 사례였다.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당시에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진술한 만큼 수사에 협조했다는 취지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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