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덕분에 장학금도, 취업도…인생의 기회가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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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덕분에 장학금도, 취업도…인생의 기회가 열렸어요"

연합뉴스 2025-12-17 16:1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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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문블라다 엔지니어

"불만보다는 감사함 가져야…장학금 사회에 돌려줄 것"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고려인 4세 문블라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고려인 4세 문블라다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재외동포협력센터 주최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2025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교류행사'에 참석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문블라다(26) 씨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2.14.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국어는 제 인생의 선물이에요. 한국어를 배우며 장학금도 받고, 원하는 대학과 회사에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재외동포청 산하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가 지난 14일 주최한 '2025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교류행사'에 참석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문블라다(26)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박사과정 연구 경험부터 대기업으로의 진로 전환 이유까지 담담하게 털어놨다.

문 씨는 2015년 고등학교 시절 재외동포재단(현 재외동포협력센터) 모국 초청 연수에 참가하면서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듬해 장학생으로 선발돼 반년간 어학연수를 마친 뒤 2017년 서울대에 입학했고, 8년간 장학금을 받아 학사와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하며 반도체와 LED(발광다이오드)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최고 학부에 입학했지만 초기에는 언어 장벽 앞에서 큰 좌절을 겪기도 했다. 문 씨는 "교수님 강의를 30%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해 초기 시험 성적이 바닥이었다"며 "그때부터 밤을 새워가며 공부에 매달린 결과, 졸업 때는 전 과목 A 학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후배 재외동포 장학생들과 토론하는 문블라다 후배 재외동포 장학생들과 토론하는 문블라다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2025 재외동포 초청 장학생 교류 행사'에 참석해 후배 재외동포 장학생들과 토론하는 문블라다(왼쪽서 3번째) 씨. 2025. 12. 14 .phyeonsoo@yna.co.kr

그는 본래 물리학자를 꿈꾸던 수재였다. 우즈베키스탄 물리 전국 1등으로 국제물리올림피아드 국가대표에 뽑히기도 했다.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대기업과 협업하며 현업의 매력을 확인한 그는 박사 학위 대신 기업 입사를 선택했다.

문 씨는 "연구실에서는 이론과 실험에 매달리지만, 기업에서는 그 결과물이 제품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며 "내 성향은 후자에 더 맞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회사에서 확장현실(XR) 관련 개발에 참여하며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인터뷰 내내 돋보인 것은 한국인으로 착각할 만큼 유창한 그의 한국어 실력이었다. 그는 러시아어와 한국어,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우즈베크어까지 7개 언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최근에는 8번째 언어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서울대 석사 학위 수여식 지난해 8월 서울대 석사 학위 수여식

[본인 제공]

이러한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지난해 46개국 600명이 참가한 '2024년 외국인 받아쓰기 대회'에서 2등상인 '버금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한국어 학습은 10여 년 전 고향 타슈켄트의 세종학당에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대장금', '주몽', '해신', '무사 백동수' 등 한국 사극을 보며 호기심을 키웠다는 그는 "당시 우즈베키스탄 거의 모든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돼 많은 이들이 한국을 동경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사극 드라마와 뮤지컬을 즐기는 그의 독특한 학습법은 이른바 '덕질'(열성적인 팬 활동)이다. 극 중 대사를 통째로 외울 정도로 몰입하며, 옥주현·홍광호·신성록 등 배우의 팬클럽 활동을 할 만큼 뮤지컬 마니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 '7개 국어 구사자가 알려주는 23개의 외국어 꿀팁'이라는 전자책을 출간해 배운 언어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법을 소개했다.

한국어와의 인연은 가족 내력과도 닿아 있다. 그의 어머니는 타슈켄트 한글학교 교사를 거쳐 25년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문 씨는 "지금은 내가 어머니보다 한국어를 더 잘해서 어머니가 무척 뿌듯해하신다"며 "아버지는 한국어를 못하시지만 딸 이야기를 주변에 자랑하고 다니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차세대 동포청년 모국초청 연수서 '선배와의 대화' 강연자로 초대받은 문블라다 차세대 동포청년 모국초청 연수서 '선배와의 대화' 강연자로 초대받은 문블라다

[본인 제공]

문 씨는 고려인 사회가 한국 문화에 지닌 각별한 애정도 전했다. "배우 이영애 씨가 방문했을 때 전 국민이 열광했을 정도로 한국의 이미지는 최상급"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려인 중고생을 위한 멘토링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후배들에게 "한국에 정착하려면 우리끼리만 모이지 말고 제대로 한국어를 배우라"고 조언하며 "모국에 대한 불만보다는 감사함을 늘려야 한다"고 당부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의무는 없지만, 우리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줄 의무는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펴낸 '7개 국어 구사자가 알려주는 23개의 외국어 꿀팁' 표지 최근 펴낸 '7개 국어 구사자가 알려주는 23개의 외국어 꿀팁' 표지

[본인 제공]

현재 교직을 은퇴하고 통번역 일을 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한국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8년간 받은 장학금과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사회 환원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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