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덤에게는 ‘최애’를 찍는 ‘최애’가 존재한다는 사실! 이제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를 넘나드는 대한민국 음악방송 무대에는 카메라 앞뒤편 수많은 결정들이 명장면을 탄생시키는데, 그 중심에는 카메라 감독이 있다. 이들이 K팝 퍼포먼스의 맥을 얼마나 잘 읽고 있는지에 따라 팬덤 사이에 말이 오갈 정도로, ‘음방’ 카메라 감독은 단순히 ‘찍는 사람’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팬 경험을 설계하는 무대의 공동창작자이자 또 다른 멤버. 같은 무대일지라도 해외 음악방송과 우리나라 음악방송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K팝 무대는 초고속 군무, 다수의 멤버 포메이션 변화는 물론 영상 자체의 ‘때깔’이 한데 얽혀 시너지를 내기에 카메라 감독은 단순히 ‘예쁘고 멋있게’ 찍는 걸 넘어 멤버 누구를, 언제, 어떤 앵글로 보여줄지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한다. 퍼포먼스 사전 리서치나 멤버별 강점 및 표정 탐구, 무대 동선에 맞춘 카메라 설계 등의 연구 활동이 무대 체감도를 확연하게 바꾸는 것이다. 심지어 감정 표현 폭까지 카메라의 시선에 담기도록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2022년부터 〈뮤직뱅크〉 카메라를 맡은 이강율 감독은 K팝 아이돌 무대를 연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을 이야기한다. “카메라 무빙에서 ‘쾌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쾌감이란 시청자가 느끼는 ‘와우 포인트’이자 짧은 커트의 연속에서도 정돈되고 깔끔한 화면이 만들어내는 감각이죠. 특히 카메라 줌을 ‘맛있게’ 활용하는 연출을 추구하는데 그 ‘맛’이란 화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음악과 안무 대형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의미해요. 보통 한 무대에 최소 일곱 대의 스튜디오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뮤직뱅크〉는 방송사 중 유일하게 스테디캠을 포함해 총 여덟 대의 카메라를 활용하죠. 카메라 감독은 이 모든 카메라를 통해 어떤 각도에서, 어떤 장비로, 어떻게 줌을 활용해 퍼포먼스를 효과적으로 담을지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에요.”
K팝 퍼포먼스는 하나의 곡 안에 수많은 전환과 대형 변화가 정교하게 설계돼 있어 카메라 감독에게는 짧은 시간 내 핵심 안무와 비주얼, 팀의 시그너처 포인트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MAMA Awards〉와 〈엠카운트다운〉의 김종천 감독도 덧붙인다. “보통 본격적 연출 작업에 들어가기 전,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나 관련 영상을 보며 어떤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먼저 상상해 봅니다. 이후 실제 안무 영상을 보면서 멤버별 매력 포인트와 안무 포인트를 어떤 카메라로 어떤 흐름을 담아낼지 고민하고요. 무엇보다 동선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구성하는 데 가장 신경 씁니다.”
곡이 끝난 후 몇 초간 멤버들을 ‘줌’하는 ‘엔딩 요정’ 장면은 K팝 음방 무대만의 매력. 김 감독은 이에 관해 “언제부턴가 엔딩 포즈가 ‘음방 맛집’이라는 표현이 생겼는데, 아티스트의 살아 있는 표정과 생생한 순간을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특별한 비법이 있다기보다 매 순간 느낌과 감각에 집중하는 편이죠”라고 전했다. 이 감독도 애정을 드러낸다. “짧은 몇 초 안에 무대 감정이 응축되고, 팬과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이기에 단순 포즈를 담는 컷이 아닌, 아티스트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마지막 한 문장, 즉 무대 전체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장면으로 이해하고 촬영해요. 멤버마다 자신만의 엔딩 표정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관찰하며 기다리죠.” 공정성도 중요한 포인트다. 활동 기간 동안 모든 멤버가 공평하게 엔딩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회차별로 균형을 맞추고, 특정 멤버만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무대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 세계 K팝 팬덤도 카메라 감독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무대 동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무대와 화면 사이의 괴리를 느끼거나, 카메라 감독이 제대로 무대 포인트를 담아내지 못할 때 불만을 표시하고, 반대로 최애 얼굴을 최상의 각도에서 포착했을 때 감동받기도 한다. 음악방송 무대 영상이 이후 유튜브 클립이나 SNS 쇼츠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시대인 만큼, 카메라 연출이 ‘2차 소비’에도 분명 영향을 준다. 그러니 감독들은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뮤직뱅크〉를 예로 들면, 매주 금요일 새벽 6시 첫 사전녹화부터 오후 7시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온종일 K팝 아티스트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만들어가는데 그들의 리허설과 무대 준비, 마지막 테이크까지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이 무대를 어떻게든 가장 진심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는다고.
“아이돌 팀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쌓아온 노력이 단 몇 분 안에 터져 나오는 걸 보면, 그 진심을 화면으로 완벽하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특히 아티스트와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는 저로서는 그들의 라이브 호흡, 안무 중 발소리, 숨소리까지 들리기 때문에 단순히 ‘촬영하는’ 것이 아닌 리듬과 에너지를 함께 체감하며 움직이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 지점이 정확히 맞물릴 때 ‘지금 이 무대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묘한 전율이 찾아오죠.” 그 순간만큼은 카메라가 악기이고, 또 다른 퍼포머가 된 듯한 기분이라니, 이건 ‘팀 플레이’가 분명하다. 이들의 전문성이 더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K팝이 글로벌화 되면서 무대 영상 품질과 연출이 팬 경험의 핵심이 됐고, 방송사와 제작진도 이 부분을 엄격하게 설계한다. 더구나 고속 카메라와 드론, 스테디캠, AR/VR 등 기술의 성장으로 실시간 다카메라 연출 능력이 중요해졌다. K팝과 진정으로 호흡하는 이들은 퍼포먼스 리허설 분석, 영상미와 트렌드 이해, 팬덤 시선 예측까지 수행하는 일종의 ‘아티스트’라 해도 무방하다.
그간 촬영한 K팝 무대 중 가장 어려웠거나 성취감이 큰 무대는 무엇일까. 김종천 감독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음악 시상식이자 실시간 중계가 일품인 〈MAMA Awards〉를 꼽는다. “가장 예민하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무대입니다. 한 해 동안 〈엠카운트다운〉에서 제작한 경험도 결국 〈MAMA Awards〉를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시상식이다 보니 준비 과정에서 무게감이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큽니다.” 이강율 감독은 “특히 기억에 남는 무대는 아일릿의 ‘빌려온 고양이’. 아티스트와 카메라의 호흡이 완벽히 맞았고, 긍정적인 반응도 얻었어요. 제 촬영 모습이 직캠으로 공개돼 ‘요즘 K팝 음악방송 카메라 워킹 근황’이라는 내용으로 공유되기도 했습니다”라며 웃었다.
이들이 K팝에 기대하는 점은 무엇일까. “카메라 감독의 일은 결국 음악과 안무, 컨셉트를 연구해 가장 효과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이죠. K팝의 오랜 팬이자 현장 종사자로서, 음악방송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무한한 감동과 서사를 풀어낼 수 있거든요. 이제 K팝은 직접 보고, 실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종합적 경험이니까요.” 김종천 감독 또한 애정과 의지를 내비친다. “지금은 K팝 문화의 황금기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미래 세대가 도전하고 발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K팝이 해주면 좋겠어요.”
감독들의 최애는 누구인지도 슬쩍 물었다. 글로벌 무대 경험이 많은 김종천 감독은 역시 방탄소년단을 꼽았다. “개인적으로 방탄소년단의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죠. 그 엄청난 곡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정확하게 담아내고 싶어서, 촬영 전부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한 무대거든요. 작업 자체가 특별했습니다.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카메라 무빙과 연출로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었다는 점도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K팝의 열렬한 팬이던 이강율 감독은 아일릿을 꼽았다! “카메라 감독을 꿈꾸기 전부터 음악방송 현장을 찾아다니며 ‘덕질’했고, 이 경험은 직접 연출하고 싶다는 꿈으로 이어졌어요. 모든 아티스트에게 애정과 존경심을 가졌지만 현재 〈뮤직뱅크〉 MC는 아일릿의 민주이며,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진심 어린 퍼포먼스뿐 아니라 멤버 모두 늘 밝은 미소로 카메라 팀에게 인사합니다. 아일릿은 제게 그런 열정과 책임감을 상기시켜 주는 특별한 존재죠.” 이토록 진심이다. 그러니 우리 ‘K카감’들이 더 특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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