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최근 쿠팡, KT, 롯데카드 등 유명 기업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름, 연락처, 주소는 물론 결제정보 일부까지 빠져나갔는데요. 그런데 상당수 국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한 편입니다. 마치 한 번쯤 털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 하락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국민들이 왜 이렇게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무감각해졌는지 그리고 그 무감각이 어떤 위험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나레이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개인 정보 유출 신고 건수는 311건, 4년 전인 2021년보다 거의 2배나 늘었습니다. 지난 4월 SK텔레콤에서는 이용자 약 2,324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고, 8월 롯데카드에서는 카드번호와 CVC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갔습니다. 11월 쿠팡에서는 3,370만 명의 기본정보와 전화번호, 주소 등이 유출됐고 일부 이용자들은 공동 현관 비밀번호까지 노출됐습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개인 정보 유출 사고, 이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요?
[시민 인터뷰]
Q. 최근 대형 회사들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 듣고 혹시 어떤 기분 드셨나요?
"사실 여러번 반복되다 보니까 크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아요."
- 스미싱이 온다든지 이런 2차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그때 돼서 아마 생각해볼 것 같은데 아직은 크게 와닿진 않네요."
Q. 유출 사고를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중국이 중국했네, 이런 사건이 또 일어나는구나. 중국인이 그랬다고 하니까 오히려 더 이해가 되더라고요. 사실 누구나 보이스피싱이나 스팸문자 한 번씩은 다 받잖아요. 이미 내 정보가 다 나갈 대로 나갔기 때문에 전화번호 정도야 유출돼도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스팸문자가) 엄청 많이 오는데 일주일에 네다섯번은 오는 것 같아요. 옛날에 받았던 거는 그 분리수거 관련 납부증? 그런 결제 내역이 날라왔었는데 링크가 이상한 링크더라고요. 테무나 알리 쓰면 개인정보가 털린다고 해서 쿠팡을 쓰고 있었는데, 그래도 쿠팡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하고 편리함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나레이션]
실제로 쿠팡은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있었던 11월, 전월인 10월보다 활성 이용자가 오히려 0.68% 증가하며 역대 최고 월간 이용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사고가 기업의 성장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토록 둔감해진 걸까요?
[전문가 멘트 –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너무 빈번하게 유출이 되다 보니까 '개인정보가 아니고 공공재다'하고 자조적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편리함보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추가적인 유출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게 필요할 걸로 생각합니다. 스미싱이랄지 보이스피싱 공격, 요즘 핸드폰으로 많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금융까지 연결이 돼서 3차 피해로도 연결이 되고 그런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스스로 알고, 특별히 이런 시기에 있어서는 잘 지킬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레이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3차 피해 가능성. 실제 피해자의 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더욱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피해 사례 인터뷰]
"군대에 있을 때 선임이 아버지가 갑자기 부고 문자가 날라와서 링크를 클릭했다가 싹 다 털린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선임 정보로 모든 대출이 다 받아진 다음에 그 돈을 싹 빼갔는데, 다행히 금방 신고해서 차단하고 해서 피해 금액은 많이 크지 않았었는데 그런 것도 있더라고요."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요. 사용 중인 거래 은행에서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그런 정부 지원 대출이라고 사업자 번호, 주요 거래 통장 번호를 팩스로 보내줬는데 그러더니 카드 대출을 받아가지고 그 돈을 자기들에게 부쳐주면 대출 받은 걸 갚아주고 그 금액의 2배 이상을 저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그때 의심이 들어서 경찰서에 신고하게 됐습니다."
[클로징]
온라인과 디지털이 일상화된 시대, 개인정보 유출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오늘 유출된 개인정보는 내일 누군가의 보이스피싱, 스미싱, 사기범죄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사고에 익숙해질수록 우리 모두는 더 취약해집니다. 경각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위험을 막는 첫 조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르데스크 주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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