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급여보다 알고리즘이 싸다?”···AI 조종사로 눈 돌리는 항공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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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급여보다 알고리즘이 싸다?”···AI 조종사로 눈 돌리는 항공사들

이뉴스투데이 2025-12-17 15:08: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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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항공업계가 조종사 부족과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면서, 항공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종 보조와 단일 조종사 운용 개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Taiki Ishikawa]
전세계 항공업계가 조종사 부족과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면서, 항공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종 보조와 단일 조종사 운용 개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Taiki Ishikawa]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전 세계 항공업계가 조종사 부족과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면서, 항공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종 보조와 단일 조종사 운용 개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7일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전 세계 민간항공 시장에 약 66만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조종사들의 대규모 은퇴와 항공 수요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조종사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올해 항공산업 보고서에서 조종사와 정비 인력 부족이 항공사의 운영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조종사 부족은 곧바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북미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에 따르면 북미지역 주요 대형 항공사의 장거리 기장 가운데 일부는 연간 총보수가 30만달러(약 4억4000만원)를 넘는다. 기종과 노선 수당, 근속 연수가 더해질 경우 40만달러(약 5억9000만원)를 넘는 사례도 보고됐다. 부기장 역시 숙련도에 따라 연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 안팎의 보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미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인건비 부담으로 일부 항공사가 노선 증편 계획을 늦추거나 운항 편수를 조정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비용 압박이 커지면서 항공사들은 조종사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논의의 중심에는 ‘단일 조종사 운항(Single Pilot Operations, SPO)’과 ‘최소 승무원 운항(extended Minimum Crew Operations, eMCO)’ 개념이 있다. 이는 기존 2명이던 조종사를 1명으로 줄여 운항하거나, 이착륙 등 핵심 구간은 기존처럼 2명이 운항하되, 순항 구간 등 일부 단계에서 1명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항공사들은 조종사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운항 단계별로 인력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홍콩 국적의 캐세이퍼시픽은 2021년부터 조종사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캐세이퍼시픽은 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와 함께 장거리 노선에서 조종사를 줄이는 ‘승무원 감축 운항(Reduced Crew Operations)’ 개념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커넥트(Project Connect)’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착륙 등 핵심 비행 단계는 기존처럼 2명의 조종사가 맡고, 순항 구간 등 일부 단계에서 1명은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1명이 조종을 맡는 방식이다. 캐세이퍼시픽은 대신 “연구에 참여하고 있지만 도입 여부나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 국적의 루프트한자도 단일 조종사 운항과 승무원 감축 운항 방안을 검토한 가운데 실제로 도입한다는 계획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여객기보다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낮은 화물기 분야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미국의 항공 전문매체인 에비에이션 위크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FedEx)는 미 연방항공청(FAA)과 함께 A321F 화물기를 대상으로 단일 조종사 운항 개념을 검토하는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계획에 따르면 페덱스는 2020년대 후반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다.

에어버스가 구상 중인 1인 조종석. [사진=에어버스]
에어버스가 구상 중인 1인 조종석. [사진=에어버스]

이 같은 항공사의 요구는 항공기 제작사의 기술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에어버스는 2020년 ‘자율 택시, 이착륙(Autonomous Taxi, Take-Off and Landing, ATTOL)’ 프로젝트를 통해 A350 시험기를 활용한 자율 택싱·이륙·착륙 시험 비행을 진행했다. 에어버스는 카메라와 센서, 비전 알고리즘을 이용해 활주로를 인식하고 착륙하는 시험을 수행했다. 이 시험은 안전 조종사가 탑승한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조종사를 대체하기보다는 자동화 기술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목적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일선 조종사들의 반발은 거세다. 유럽조종사협회(ECA)와 북미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는 단일 조종사 운항이 안전을 약화시키고 조종사 피로와 책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면서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들 단체는 조종사 감축이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활용될 경우,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도 같은 분위기다. 지난 4월 3일, 국제민간항공조종사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AirLine’s Association, IFALPA) 총회가 인천에서 4일간 진행된 가운데 아못왓 벤 만수미차이 IFALPA 회장은 “승무원 감축 운항(RCO)이나 단일 조종사 운항(SPO)과 같은 흐름은 위험을 동반한다”면서 “조종석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철저히 훈련된 2명의 조종사가 항상 탑승해야 한다는 원칙을 변함없이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도 “언젠가는 기술 발전으로 1인 조종이 가능하겠지만,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반대라는 게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며 “이 과정에 반드시 IFALPA와 같은 전문가 집단의 참여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당국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그동안 승무원 감축 운항과 단일 조종사 운항 가능성을 연구해 왔지만, 2030년까지 상용 여객기에 단일 조종사 운항을 널리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단일 조종사 운항 관련 연구를 재검토 단계로 전환했다.

대신 EASA는 조종사를 대체하는 AI가 아니라, 조종사를 보조하는 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ASA는 올해 AI 기반 항공시스템에 대한 규제 제안서(NPA)를 공개했다. 제안서 내용에 따르면 항공용 AI는 반드시 인간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 작동 방식이 설명 가능해야 하고 오류 발생 시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이 담겼다. 아울러 조종과 관련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한편, 항공사들은 조종석은 아니지만 조종석 밖에서는 AI 효과를 이미 보고 있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구글 클라우드와 협력해 기상 정보, 항로, 항공기 성능, 운항 기록을 분석하는 AI 기반 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루프트한자 그룹과 스위스 인터내셔널 에어라인(SWISS)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통해 연간 약 2000톤의 항공유와 약 77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했다. 특히 루프트한자 그룹은 2022년 이후 90개 이상의 효율화 프로젝트를 통해 누적 약 17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고 밝혔다.

현재 여객기 조종석에서는 여전히 인간 조종사가 중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조종사 부족과 비용 부담 속에서 조종석 자동화를 전제로 한 기술개발과 제도 검토가 병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일 조종사 운항 개념 역시 논의의 범위에서 완전히 제외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이 업계와 규제 당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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