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글로벌 경제 복합위기 파고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대응 전략 수립을 시작했다. 인공지능(AI) 대전환 부응, 중국과 협력·경쟁, 폴더블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강화 등이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18일까지 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16~17일에는 스마트폰과 가전, 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18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 회의가 열린다. 노태문 삼성전자 DX 부문장 사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경영진 300여 명이 머리를 맞댄다. 이재용 회장은 직접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논의된 사업 전략을 사후 보고받는다.
이 회장은 전날까지 미국에 머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 등을 만났다.
올해 글로벌 전략회의 주요 키워드는 '인공지능(AI)' '중국' '폴더블' 등으로 압축된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적극 부응하며 시장 주도권을 되찾는 게 지상 과제다. 엔비디아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관련해 SK하이닉스에 한발 뒤지면서 궁지에 몰렸지만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내년부터 역전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 애플, AMD 등 글로벌 빅테크와 결속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전략회의를 앞두고 직접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유다. 단순히 HBM과 AI용 메모리 공급을 넘어 생산 거점과 기술 로드맵, 속도 경쟁까지 협력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MD와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를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외 시스템반도체 전반으로 협력 축을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AI 가속기 분야 큰손인 엔비디아를 포함해 맞춤형 반도체(ASIC) 수요가 급증하는 기업들과 협력 속도도 높인다. 최근 브로드컴을 통해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공급망에 밀착하며 AI 칩 협업을 다지고 있다.
반도체 AI 팩토리 가동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신설한 디지털트원센터를 컨트롤타워 삼아 설계부터 공정, 운영 등 반도체 개발 전 과정을 AI 중심으로 시스템화한다.
엔비디아 GPU의 중국 수출 확대도 내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엔비디아 H200 제품에 대해 대중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대중국 AI 메모리 판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부장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추가적인 협력 강화를 모색한다. 전날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천옌순 회장과 전격 회동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TV에 탑재되는 LCD 패널을 중국 CSOT 등 특정 업체에서 대량 공급받는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성패가 걸린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중국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날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앞둔 갤럭시 Z폴드8과 Z플립8 판매량을 전작보다 10% 높여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완판’ 행진이 이어진 트라이폴드폰 기세를 몰아 본격적인 폴더블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에 앞서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은 물론 애플까지 내년 중 신규 폴더블폰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진검승부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두께와 무게 등 폼팩터 개선을 포함한 기술력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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