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벌, 설치류 뼈 속에 둥지 틀었다…첫 화석 증거 발견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고대 벌, 설치류 뼈 속에 둥지 틀었다…첫 화석 증거 발견

데일리 포스트 2025-12-17 13:44:30 신고

3줄요약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oyal Society Open Science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oyal Society Open Science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수천 년 전, 벌들은 뜻밖의 공간을 둥지로 삼았다.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한 동굴에서 설치류의 치아와 척추뼈 내부에 만들어진 벌 둥지 화석이 발견되며, 흙 속에 굴을 파서 서식하는 지중성(地中性) 벌의 이례적인 서식 전략이 확인됐다. 이미 존재하던 뼈 속 빈 공간을 그대로 활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과 플로리다대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게재됐다.

◆ 올빼미가 남긴 뼈 더미, 벌의 둥지가 되다

연구팀은 히스파니올라섬 석회암 동굴의 퇴적층에서 설치류 뼈 내부를 채운 규칙적인 구조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이는 벌이 만든 둥지로, 뼈를 새로 파낸 흔적은 없었다. 대신 치아와 척추 속에 이미 형성돼 있던 공동을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사진은 포유류의 턱뼈와 치아 배열을 아래에서 본 모습으로, 치아가 빠져나간 치조 내부에 벌이 남긴 둥지 퇴적물이 색으로 강조돼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oyal Society Open Science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oyal Society Open Science

일반적으로 큰 집단을 이루는 꿀벌이나 말벌의 둥지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많은 벌은 단독으로 생활하며 작은 공동에 알과 먹이를 남긴다. 일부 종은 땅이나 나무에 구멍을 파거나 자연물의 빈 공간을 활용하며, 유럽과 아프리카에는 달팽이 껍질을 둥지로 사용하는 벌도 보고된 바 있다.

이번에 둥지가 발견된 뼈 대부분은 '후티아(hutia)'로 불리는 대형 설치류의 것이다. 다람쥐와 비버를 닮은 이 동물은 과거 섬 전역에 분포했으나 현재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일부 둥지는 멸종된 나무늘보의 뼈에서도 확인됐다.

이 뼈들은 수천 년 전 히스파니올라산 올빼미(Tyto ostologa)가 남긴 먹이 흔적이다. 올빼미가 사냥한 설치류를 통째로 가져와 먹거나, 소화되지 않은 뼈와 털을 뭉쳐 토해낸 펠릿이 동굴 바닥에 쌓였고, 이후 외부에서 유입된 퇴적물에 의해 매몰됐다.

지중성 벌은 훨씬 뒤 시점에 이 퇴적층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벌들이 평소처럼 흙에 굴을 파다 동굴 퇴적층 속에서 뼈를 만나면서, 내부 공동을 둥지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뼈 속 빈 공간을 '재활용'한 첫 사례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둥지 화석에 '오스니둠 알몬테이(Osnidum almontei)'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벌의 종명이 아니라, 벌이 남긴 둥지 자체에 부여된 흔적화석명이다.

벌 둥지 화석이 발견된 동굴을 처음 확인한 연구자 후안 알몬테 밀란(Juan Almonte Milan).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Lázaro Viñola López
벌 둥지 화석이 발견된 동굴을 처음 확인한 연구자 후안 알몬테 밀란(Juan Almonte Milan).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Lázaro Viñola López

논문에 따르면 이 둥지들은 퇴적층에 존재하던 거의 모든 뼈 속 공동을 채우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주어진 환경 조건 속에서 이용 가능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나의 치아 공동에서는 둥지 6개가 겹겹이 확인됐다. 여러 세대의 벌이 이전 둥지가 버려진 뒤에도 같은 공간을 연속적으로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지중성 벌이 동굴 내부에서 둥지를 튼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는 두 건뿐이며, 기존에는 벌이 뼈를 직접 뚫어 둥지를 만든 경우만 알려져 있었다. 이미 형성된 뼈 속 공간을 그대로 이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선택의 배경으로 지역의 지질 환경을 지목했다. 조사 지역은 석회암이 물에 녹아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으로, 날카로운 암반이 노출돼 자연 토양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공동 연구자인 미첼 리글러(Mitchell Riegler, 플로리다대)는 "벌이 굴을 팔 수 있는 흙을 찾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때 정화조 시설로의 전용이 검토됐던 이 동굴은, 훼손 우려로 인해 연구팀이 화석을 우선 옮겨 보존했다. 개발 계획은 이후 무산됐으며, 추가로 확보한 화석에 대한 분석과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Copyright ⓒ 데일리 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