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계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입력'과 '조회' 중심에서 '대화'와 '분석'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복잡한 메뉴를 찾아 들어가 숫자를 확인하던 방식이 사라지고, 채팅창에 일상 언어로 질문하면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분석해 답변과 보고서를 내놓는 시대가 열렸다.
AI 경리∙세무 솔루션 기업 아이비즈온(대표 유성식)은 17일 자사의 자금∙회계관리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세무특공대'에 고도화된 'AI 경리 에이전트' 기능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단순 챗봇 수준을 넘어 기업의 실제 거래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무자가 필요로 하는 리포트까지 직접 생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롭게 공개된 AI 경리 에이전트의 가장 큰 특징은 '보고서 자동 생성' 능력이다. 기존의 AI 회계 서비스들이 단순히 계정과목을 추천하거나 특정 수치를 불러오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업데이트는 사용자가 원하는 시점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하나의 완결된 문서로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지난주 자금 흐름 정리해서 보여줘"라고 입력하면, AI는 해당 기간의 입출금 내역을 분석해 요약 정보, 순현금 흐름, 주요 자금 변동 요인 등을 포함한 '자금일보' 형태의 보고서를 즉시 완성한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매일 아침 반복하던 엑셀 작업이나 데이터 취합 업무를 AI에게 일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자연어 처리 능력도 한층 정교해졌다. "10월 5일 거래처 A사와 식사했는데 이거 접대비로 처리해도 돼?"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AI는 세무특공대에 연동된 카드 내역과 회계 기준을 대조해 계정과목을 제안하고 부가세 공제 여부까지 판단해 답변한다. 복잡한 세무 지식이 없는 소상공인이나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도 직관적으로 회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기술적으로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MCP는 기업 내부에 산재한 데이터와 AI 모델을 표준화된 규약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아이비즈온은 최근 MCP 서버 자동 구축 솔루션을 내놓은 '아티웰스'와 협력해 이 시스템을 구현했다.
그동안 많은 기업용 AI 서비스가 보안이나 데이터 연동 문제로 인해 겉핥기식 답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세무특공대는 MCP를 통해 은행 계좌, 법인카드, 세금계산서 등 파편화된 금융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문맥(Context)에 맞춰 읽어들일 수 있는 구조를 짰다. 덕분에 AI가 단순 계산기가 아닌, 기업의 자금 상황을 이해하는 '참모'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유성식 아이비즈온 대표는 이번 론칭과 관련해 회계 소프트웨어 UI(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의 회계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기능을 찾아다녀야 했지만, 앞으로는 AI에게 물어보고 결과를 받는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비즈온은 이번 AI 경리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향후 로드맵에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AI CFO 에이전트', 결산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자동 결산', 그리고 경영진을 위한 '실시간 경영지표 보고'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회계 서비스의 확산 속도가 데이터의 정확성과 책임 소재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AI가 잘못된 세무 판단을 내렸을 때의 리스크 관리와, 얼마나 정교하게 복잡한 세법의 예외 조항들을 학습했는지가 실제 현장 도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이비즈온은 세무사무소용(Pro) 버전과 전문가 연계형(파트너스) 서비스를 통해 전문가 검토 과정을 시스템화하여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기업과 세무 전문가가 AI를 매개로 협업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기술이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동안, 사람은 더 고부가가치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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