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수를 가른 조건은 '상시근로'였다…일·소득·주거, 핵심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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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수를 가른 조건은 '상시근로'였다…일·소득·주거, 핵심 조건

폴리뉴스 2025-12-17 12:05:17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출산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의지'와 '가치관'의 문제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최근 처음 공개된 장기 패널 통계는 출산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고용 안정성, 소득 수준, 주거 조건 같은 구조적 요인과 깊이 연결돼 있음을 수치로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상시근로 여부와 주택 보유, 육아휴직 사용 경험은 자녀 수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확인됐다.

국가 통계당국이 2015년부터 2023년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개발한 인구동태패널통계는 1980년대 초·중반 출생자를 장기간 추적해 경제·사회적 조건 변화가 혼인과 출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첫 결과다. 단면 통계가 아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 점에서 기존 출산 통계와는 성격이 다르다.

분석 결과를 보면 세대가 젊어질수록 혼인과 출산 비율은 뚜렷하게 낮아졌다. 32세 남성을 기준으로 할 때 1983년생의 혼인 비율은 40%를 넘었지만, 1990년대 초반 출생 세대에서는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여성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결혼이 늦어지거나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출산 감소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별 격차도 분명했다. 수도권 거주자는 비수도권에 비해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같은 연령대라도 수도권에서는 결혼 이후 3년 안에 출산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다른 권역보다 일관되게 낮게 나타났다. 주거 비용 부담과 불안정한 거주 여건이 수도권 출산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수는 일자리의 질이었다. 상시근로자로 분류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3년 뒤 혼인과 출산으로 이어질 확률이 확연히 높았다. 반면 비정규·불안정 고용 비중이 높은 집단에서는 같은 기간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은 비율이 낮았다. 기업 규모별로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종사자의 혼인·출산 전환율이 가장 낮았는데, 이는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 복지 접근성의 차이가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소득 역시 출산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평균 소득을 웃도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혼인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주택 보유 여부는 출산 가능성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나타났다. 같은 연령대 남성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집단은 미소유 집단에 비해 3년 후 출산 전환율이 두 배 이상 높았고, 여성 역시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출산 확률이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집이 있어야 아이를 낳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육아휴직의 효과도 분명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녀 모두에서 둘째 이상 자녀로 이어지는 비율이 미사용자보다 높았다. 남성은 육아휴직 사용 비율 자체는 낮았지만, 사용한 경우 다자녀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컸다. 여성 역시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 둘째·셋째로 이어지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소득 수준이나 기업 규모,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육아휴직 사용 여부가 다자녀 전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은 정책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된다.

이번 통계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출산은 개인의 결단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안정적인 일자리와 충분한 소득, 감당 가능한 주거 환경, 그리고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주는 제도가 함께 갖춰질 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출산 장려금이나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동시에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두고 "저출산의 원인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감정이나 인식의 영역을 넘어 데이터 기반으로 이동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육아휴직과 주거 안정 정책처럼 이미 효과가 확인된 수단을 어떻게 확대·보완할 것인지가 향후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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