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직자들의 발언 태도를 강하게 짚었다. 정치적 언어가 행정 현장까지 스며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발언의 방향은 특정 인물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전제했지만, 최근 논란이 된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문제를 구체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정치에 너무 물이 많이 들었는지, 1분 전 이야기와 1분 뒤 이야기가 달라지거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개인의 문제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하나의 풍토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이 발언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사장은 앞서 업무보고에서 외화 밀반출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질타를 받은 뒤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반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행정은 정치와 다르다. 이 자리는 행정을 하는 곳”이라며 “국민과 대중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2일 업무보고 당시 있었던 발언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이학재 사장은 외화 밀반출 대응 책임과 관련해 처음에는 공항공사의 업무라고 했다가, 이후에는 세관 소관이라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공항공사 사장이 처음에는 자기들 업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세관이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데 관련 기사 댓글을 보니 관세청과 공항공사가 업무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담당하는 게 맞다고 나와 있더라”며 “내가 그 사실을 기사 댓글을 보고 알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중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사장에 대한 질타를 두고 야권에서 정치공세라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색깔로 누구를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있느냐”며 “유능하다면 어느 쪽에서 왔든 상관없이 쓰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범죄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서는 “예전에 정부가 공식 보도자료로 낸 사안”이라며 “범죄를 쉬쉬하며 기회를 주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 논리라면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 전반의 태도 문제도 다시 언급했다. “술자리에서는 약간 고의를 섞어 거짓말을 해도 상관없을 수 있다. 정치 세계에서도 공격과 방어가 오가는 관계라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조직 안에서 거짓말로 회피하고 왜곡하는 행위는 정말 나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책 세부 내용과 관련해서는 “모를 수는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모르면 공부하고 노력해서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르는 것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며 “권한이 있는 자리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리가 주는 명예와 혜택은 누리면서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표현하며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공개하는 방침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가급적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특정 언론이 정보를 선별해 보여주는 이른바 게이트키핑 역할을 했다”며 “요즘 표현으로는 재래식 언론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국민이 실시간으로 보고 직접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총칼을 든 계엄군도 순식간에 제압하는 시대”라며 “권력은 대통령만 가진 것이 아니다. 국민은 말하지 않아도 판단하고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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