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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이 점점 자중지란 자멸의 길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야당의 힘은 통합에서 나오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생존해있는 전력마저 빼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16일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헌·당규 및 윤리규칙 위반 혐의로 당원권 정지 2년의 징계를 당 윤리위에 권고키로 했다고 합니다.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위의 조사 중에 나온 이번 조치에 대해 친한계가 반발하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16일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치에 대해 “김 당협위원장은 올해 9월부터 10월 사이 다수 언론 매체에 출연해 당을 극단적 체제에 비유하고 당원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한동훈 전 대표의 측근으로서 방송 등에 출연해 ‘친한계’의 목소리를 적극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징계는 정치적 파급력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장동혁 대표가 임명했다는 점에서 ‘친장동혁계’의 친한계 제거 작전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친한계에 대한 1차 공격이 김종혁 전 최고위원으로 향했지만 결국에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징계나 ‘축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무감사위는 16일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조사를 더 하기로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조사 자료를 확인했다. 지금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원게시판 사건은 이미 상당 부분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시간 조율일 뿐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당원게시판 사건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2024년 하반기부터 ‘한동훈’과 그의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 비방하는 글이 수백~900여 건 가량 올라온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당시 게시판에 올라온 비방 글들을 보면 사실 좀 충격적이기는 합니다. “건희는 개목줄 채워서 가둬야되(돼). 그리고도 가만있지 않음 단두대지 머(뭐)” “윤석열 이 등X은 마누라 단속도 못해서 ㅉㅉ” “검사 때도 수사는 한동훈이 다함. 윤은 술만 먹음” “용산(대통령실)이 당원들을 홍어X으로 보네요” 등이 있었습니다.
이 글들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한동훈 지도부는 당 게시판 검색·삭제 조치, 윤리위의 ‘불문 종결’ 등으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심 왜곡과 은폐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비상계엄이 터졌고 한동훈 전 대표가 지도부에서 이탈하고 장동혁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 문제는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후 장동혁 대표는 드디어 칼을 뽑았습니다.
자신이 임명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통해 ‘사실상 한동훈 가족 연루 가능성’에 무게를 둔 조사에 착수하고 중간 발표를 하자 친한계는 ‘정치적 타격을 노린 퇴행적 살생부’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현재까지도 계파 내전의 뇌관으로 남아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가 과거의 일을 다시 들추는 것은 여러 가지 정치적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먼저 정치에서 필연인 정적 제거의 의도가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지도부가 검색·삭제, 불문종결로 덮었던 사안을 다시 파내 ‘한동훈 가족 연루’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도덕성 프레임을 붙여 차기 경쟁자를 구조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특히 가족과 한동훈을 ‘윤리 공동체’로 묶어 이 문제를 부각시킨다면 한 전 대표도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 현재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프레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윤리적 타격까지 주게 된다면 당 주류로부터 회생불능 수준의 낙인이 찍힐 수 있습니다.
장 대표로서는 유력한 차기 주자이자 당의 미래를 선점하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거하지 못하면 자신의 대권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우익 행보로 당 소장파로부터 거센 쇄신 공격을 받고 있는 장 대표로서는 자신의 추락한 위상을‘ 한동훈 때리기’를 통해 회복해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한동훈과 그 가족의 추악한 ‘글’들이 부각된다면 ‘장동혁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분위기도 탈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장 대표가 추락한 자신의 리더십을 ‘당 쇄신’ 프레임으로 복원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이 추락한 상황에서 장 대표가 선택한 것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희생양을 깨는 방식의 ‘쇄신 쇼’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침체된 근본적 이유에 대해 ‘문제의 뿌리는 친한계’라는 올가미를 씌워 자신의 대표 위상 추락을 ‘과거 적폐 청산’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또한 국민의힘에서 ‘배신’은 최대의 금기어이자 가장 강력한 낙인입니다. 국민의힘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은 곧 정치적 사망선고에 가깝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지금도 당에서 겉돌고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방글에 한동훈 이름과 가족 이름이 쓰였다는 점을 부각해 한 전 대표를 ‘배신자’ 의 덫에 계속 묶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당원게시판 관련 징계를 통해 한동훈 전 대표에게 ‘윤심을 저버린 사람’이라는 낙인을 가장 확실하게 찍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장동혁 대표 자신은 ‘윤심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을 만들면 장 대표는 스스로를 당의 ‘적자’이자 정통 계승자로 포지셔닝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한동훈 전 대표의 향후 복귀와 재기를 구조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습니다.
결국 장동혁 대표의 선택은 당을 함께 살리는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정적 제거와 그 탄압을 통해 자신의 추락한 위상을 끌어올리려는 마이너스 정치로 국민의힘을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한때 보수정당의 ‘미래’를 상징하던 두 인물의 정면충돌이 본격화하면 국민의힘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비상계엄과 탄핵의 늪으로 빠져들 것입니다. 이는 보수 전체의 기반마저 허무는 ‘자해 정치’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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