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눈속임 패딩’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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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눈속임 패딩’ 팩트 체크

일요시사 2025-12-17 09:53: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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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최근 ‘눈속임 패딩’ 뉴스가 도배되고 있다. 올겨울 한파를 막아줄 패딩 한 벌을 사려는 시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두툼한 충전재가 채워져 판매되는 패딩 특성상 소비자들은 실제 품질을 알기 어렵다. 소비자는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만 믿고 구매를 결심하는 게 대부분이다.

“구스다운인줄 알고 구매했는데…환불 되나요?”

소비자들이 노스페이스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국내 1위 온라인 쇼핑 플랫폼 무신사에서 시작된 노스페이스 다운의 혼용률 오기재 사태에서 비롯됐다. 노스페이스는 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날카로운 의심까지 받고 있다.

믿고 샀는데…

한국소비자연맹(이하 소비자연맹)은 지난달 16일, 노스페이스의 다운 제품 충전재 표시가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연맹은 나흘 전인 12일, 접수한 신고에서 해당 행위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소비자 기만 행위로 규정했다.

논란은 최근 무신사에서 판매된 노스페이스 ‘남성 1996 레트로 눕시 자켓’ 패딩 충전재가 거위털로 오기재된 채 판매된 사실이 고객 문의를 통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같은 달 4일, 노스페이스의 운영사 영원아웃도어는 일부 패딩 제품의 충전재를 거위털(구스다운)로 잘못 표기해 공식 사과했다. 이미 판매된 해당 제품 구매자에게는 전액 환불 조치를 약속했다.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모든 유통 채널의 다운 제품 판매 물량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제품 13종을 확인하고 수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영원아웃도어는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발생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제품을 믿고 구매한 고객께 실망을 안긴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오기재 기간 구매 고객에게 문의 번호를 포함한 환불 절차를 순차적으로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스다운은 덕다운보다 보온성이 우수해 프리미엄 소재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해당 상품은 판매 페이지에 ‘우모(거위) 솜털 80%, 깃털 20%’로 표기됐고, 실제 리사이클(재활용) 충전재가 사용된 제품이었다.

공개된 오기재 제품은 ▲남성 리마스터 다운 자켓 ▲남성 워터 실드 눕시 자켓 ▲1996 레트로 눕시 베스트 ▲1996 레트로 눕시 자켓 ▲눕시 숏 자켓 ▲노벨티 눕시 다운 자켓 ▲1996 눕시 에어 다운 자켓 ▲로프티 다운 자켓 ▲푸피 온 EX 베스트 ▲클라우드 눕시 다운 베스트 ▲아레날 자켓 ▲스카이 다운 베스트 ▲노벨티 눕시 다운 베스트 13개 품목이다.

무신사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12월2일부터 3일 노스페이스 전 제품 검수 및 소명 절차에서 ‘남성 1996 레트로 눕시 자켓(블랙)’ 외 13개 스타일의 상세 페이지 혼용률 오기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무신사는 “노스페이스 새 시즌 제품 발매 후 외주 판매 대행사가 기존 충전재 정보를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거위 털 빠진 패딩?
혼용률 오기재 사태

그러나 사과문은 불신만 키웠다. 국내 아웃도어 1위 노스페이스의 ‘구스다운’ 간판 이미지가 되려 역풍을 불렀다. 공식 홈페이지와 무신사 내 노스페이스 제품 페이지마다 “표기 오류는 업체 탓이고, 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느냐?”는 항의가 쇄도했다.

영원아웃도어가 공개한 13종의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품 구매 기간이 2025년이지만, ‘1996 눕시 에어 다운 자켓’의 경우 2023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혼용률이 잘못 기재된 상태로 판매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품의 제조연월은 2023년 10월로, 제품이 출시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오기재된 상태로 판매된 것을 알 수 있다.

또 올해 노스페이스 일부 패딩은 충전재를 변경했음에도 가격 조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의 핵심인 ‘1996 레트로 눕시 자켓’은 2022년 33만9000원에서 지난해 41만9000원으로 8만원 인상된 뒤, 충전재가 리사이클 다운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동일한 가격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소재 변경 시 가격이 연동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운의 품질은 달라졌는데, 소비자가 마주하는 가격은 그대로인 셈이다. 

한편 모든 의류 제품에는 소비자가 정보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케어 라벨(품질표시 라벨)이 부착돼야 한다. 이는 법적으로 규정돼있으며 그 내용 역시 정확해야 하는데, 산업통상자원부의 ‘가정용 섬유 제품의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라벨에 섬유 혼용률, 제조자, 세탁법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특히 패딩류는 한국산업표준(KS) 규정에 따라 솜털·깃털 비율과 동물명(구스·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다운의 충전재는 겉감·안감과 별도로 솜털 80% 이상 기준을 충족해야 ‘구스다운’으로 표기가 가능하다. 라벨 미부착이나 내용 부정확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태료 최대 1000만원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공정위는 소비자연맹 측이 신고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해당 신고에 대해 “피해자 수가 상당하지만, 현재는 사안의 진위를 공정하게 확인하는 단계가 우선”이라면서 “신고는 15일 공정위에 인계됐으며, 사안의 성격과 업무량에 따라 조사 착수의 기간이 유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공정위는 사전조사 전 법률적 개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최종 판단에 따라 향후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속임수 라벨 보니…
“표시광고법 위반”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의 지난 9일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4곳에서 판매 중인 구스다운 24종을 평가한 결과, 5개 제품이 거위털 함량 기준에 미달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해당 제품들의 거위털 비율은 6.6%~57.1%에 그쳤다.

또 2개 제품은 온라인 페이지에선 ‘구스’로 표시됐지만, 실제 제품 라벨에는 ‘덕’으로 표기돼 온라인 정보와 실물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소비자원은 부적합 제품 판매 플랫폼에 대해 제품 정보 수정·판매 중단·환불 조치를 권고하고, W컨셉, 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들은 모니터링 강화 등 후속 대책을 내놨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에 집단분쟁조정 신청 등 피해구제 절차를 추진 중이며, 참여연대도 관련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가 된 리사이클 다운은 기존 거위·오리털 제품 생산 후 남은 우모를 수거·세척·재가공해 만든 충전재로, 패션 업계의 ESG 경영 트렌드에 힘입어 지속 가능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실제 글로벌 다운 시장에서 GRS(Global Recycle Standard, 재활용 인증)를 받은 리사이클 다운 비중은 2023년 15%에서 2025년 28%로 급증했으며, 노스페이스뿐만 아니라 파타고니아 등 다양한 브랜드가 이를 ‘지속 가능한 패션’ 마케팅으로 활용 중이다.

다만 프리미엄 다운 전문 브랜드 ‘프라우덴’의 분석 보고서는 리사이클 충전재는 다운이 부풀어 오르는 복원력을 말하는 필 파워(Fill power)와 보온성이 버진 구스다운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의류 업계 경력 20년의 B씨는 “리사이클 다운의 특성상 대량 발주로 남은 원료를 모아 재가공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제품의 정확한 혼용률을 사후에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리사이클 다운은 구조적으로 모든 제품을 ‘구스’로 통칭하기 어려워, 기업이 다운을 제작할 때 이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우모’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벤더 업계 관계자 C씨는 “경우에 따라 리사이클 다운이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사례도 존재한다”며 “(충전재가) 구스가 아니면 반드시 덜 따뜻하다는 통념은 과장된 면이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다운 제품은 충전재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표시 정보의 정확성이 생명”이라며 “온라인 정보와 실물 표기가 다를 수 있으니 배송 후 품질 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뢰 빨간불

영원아웃도어는 이번 사태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문제가 된 제품군이 광범위하고, 상품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표기해 소비자가 상표 라벨을 세부적으로 확인하지 않을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기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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