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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척의 인생>은 3막부터 시작해 1막으로 흐르는 구조를 가진 영화다.
캘리포니아에 지진이 발생해 일부 지역이 사라졌고, 8개월째 인터넷도 안 된다.
어른들조차 예전엔 인터넷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종말을 이야기한다.
8개월 전 인터넷이 마비되기 직전 교사인 앤더슨은 출근길에 찰스 그란츠라는 사람에게 39년간 수고했다며, ‘고마웠어요 척’(Thanks Chuck)이라고 쓴 광고판을 본다.
의사인 고든도 같은 내용의 광고를 라디오에서 듣는다. 고든은 이러다가 종말이 오는 건 아닐까 싶어 전 남편인 앤더슨한테 전화한다.
냉소적인 고든에게 앤더슨은 칼 세이건의 ‘우주 달력’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마지막 날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척’이 대체 누구길래 그의 은퇴 광고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화제를 돌린다.
전화를 끊고 TV를 켜니 모든 채널이 먹통이다. 그러다가 잠시 ‘고마웠어요, 척’이라는 광고가 잠시 나오고, 다시 방송이 중단된다.
아침이 되자 캘리포니아 북부 20% 정도만 남고 초토화 됐고, 아시아에서는 기근으로 100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싱크홀로 차 운행을 못해 5km 정도는 걸어 다닌다.
옆집 남자 거스가 곧 종말이 올 거라 자살하는 사람도 줄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때 하늘에 누가 비행기로 ‘고마웠어요, 척’이라는 글씨를 쓴다.
걸어서 출근한 고든은 출근길에 벽에 ‘고마웠어요, 척’이라고 누군가 써 놓은 걸 본다.
병원에 오니 빈 병상에서 심장박동기가 혼자 작동 중인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막에서는 길을 걷던 척이 거리에서 연주 중인 여자를 발견하고 리금에 맞춰 춤을 춘다. 한 명, 두 명 지나가던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함께 즐긴다.
그리고 마지막 1막에서는 7살 때 사고로 부모와 곧 태어날 여동생을 잃은 척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1년반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척 세 사람은 슬픔의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 날라리였다는 할머니한테 춤도 배우고, 같이 영화도 보면서 다시 일상을 회복한다.
몇 년 후, 척은 학교 댄스동아리에 들어가 재미있는 나날을 보낸다. 회계사인 할아버지는 세상은 댄서보다 회계사를 더 좋아한다며,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한다.
세월이 흘러 조부모 모두 세상을 떠나 홀로 남겨진 척은 그동안 할아버지가 절대 들어가지 말라던 지붕 위 다락방에 들어가 본다.
할아버지 말과 달리 바닥이 썩어서 부서지지도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에 실망한 그가 방을 나서다가 할아버지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기는 삶의 마지막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결심한다.
영화 <척의 일생>은 ‘척’이라고 불린 찰스 크란츠라는 남자한테 39년 동안 수고했다고 말하는 광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다.
영화 속 사람들도, 영화를 보는 관객도 대체 척이 누구길래 그에게 39년 동안 수고했고, 고마웠다고 말하는 걸까 궁금해한다.
그 해답을 찾으려면 영화를 거꾸로 봐야 한다. 곧 종말이 닥칠 것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39살의 척의 이야기가 아닌 막 부모를 잃은 7살 척의 이야기부터 거꾸로 영화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의 수입과 배급을 맡은 워터홀컴퍼니 주현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대관객 수입보고회에서 서면을 통해 “척은 자기 삶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말을 듣고도 영화가 난해하게 느껴질 관객을 위해 힌트를 하나 더 주자면, 한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우주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척은 1명일 수도 있고, 1명이 아닐 수도 있다.
내용을 이해하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영화 <척의 일생>은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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