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똑같은 건 싫어”, ‘나’를 꾸미는 게 대세
획일화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Z세대 사이에서 일상 속 소지품을 원하는 대로 꾸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코덴티티(Decodentity)’가 유행하고 있다. 꾸미기를 뜻하는 ‘데코레이션(Decoration)’과 정체성을 뜻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가 합쳐진 단어다.
커스터마이징 상품 수요 증가
데코덴티티의 개념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소지품 꾸미기’ 문화에 있다. 주로 다이어리나 노트북을 스티커로 장식하는 정도였던 과거 꾸미기 문화는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점차 내가 꾸민 다양한 물건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단순 문구 분야를 넘어 ‘신꾸(신발 꾸미기)’, ‘가꾸(가방 꾸미기)’, ‘텀꾸(텀블러 꾸미기)’ 등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를테면 가방을 꾸밀 때 단순히 키링 하나를 다는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라, 손잡이에 카라비너를 단 후 마음에 드는 끈, 리본, 키링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마음껏 걸어 독창성을 표현한다. 여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컬러, 재질 등을 조합하면 하나의 가방이 마치 작은 캔버스처럼 변신하는 셈이다.
이처럼 작은 포인트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어 스몰 아이템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라부부’ 키링 인형이다. 성수에서는 오프라인 팝업 ‘라부부의 수상한 편의점’이 열릴 만큼 Z세대의 관심이 많다. 블랙핑크, 리한나 등 셀럽이 들고 다니는 모습을 통해 인기가 확산한 이 키링은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이러한 트렌드 확산은 커스터마이징 상품 수요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다양한 소지품을 취향대로 꾸미는 ‘데코덴티티’ 트렌드 확산으로 관련 상품 검색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실제 검색량 통계에 따르면 9월 1~22일 ‘커스텀’ 검색량은 전년 동기보다 196% 늘었다. ‘신꾸’ 장식에 활용되는 ‘참’ 검색량은 전년 동기보다 357%, ‘폰꾸’ 검색량은 39% 증가했다. 다이어리나 노트북을 꾸밀 수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인 ‘스티커’, 옷이나 가방 등에 간편하게 부착할 수 있는 ‘와펜’ 등의 검색량과 거래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패션업계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경험을 제공하고 있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프 브랜드도 성장세다.
모방 대신 ‘자기 창조’ 중시
데코덴티티가 인기를 끌게 된 배경으로는 작은 아이템 하나로도 전체적인 스타일과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Z세대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가 된다는 점이 꼽힌다. 똑같은 물건 보다는 ‘커스터마이징’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성품에서 벗어나 나만의 색을 입히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고 자연스레 데코덴티티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나만의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보다 소유물에 직접 손을 더해 개성을 드러내는 과정 자체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성향이 뚜렷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롤모델’, ‘워너비’처럼 타인을 기준으로 삼는 개념이 주류였다면, Z세대들은 비교와 모방 대신 ‘자기 발견’, ‘자기 창조’를 중시하는 풍조가 짙다. 이런 맥락에서 단순히 제품을 선택해 소비하는 것을 넘어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다양하게 조합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가려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해시태그 놀이’나 ‘SNS 챌린지’와 결합해 더욱 탄력을 받으며 폭넓은 연령대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SNS를 통해 내 취향이 가득한 꾸미기 결과물을 올리면 자신의 취향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의 ‘좋아요’와 ‘댓글’까지 따라온다. 단순히 결과물을 뽐내는 데 그치지 않고 꾸미는 과정 자체를 공유해 소통한다는 점이 이 흐름을 더욱 탄력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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