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고 욕먹자 한 발 물러선 FIFA… 월드컵 티켓 60달러 좌석 신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일부 경기에서 60달러(약 8만원)짜리 저가 티켓을 한정 도입하기로 했다.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대응이다. 다만 경기당 물량은 약 1000장에 불과해 ‘여론 무마용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FIFA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는두 팀의 공식 서포터를 대상으로 하는 ‘서포터 엔트리 티어(Supporter Entry Tier)’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당 약 1000장 규모로 전체 티켓의 1.6%에 해당한다.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티켓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BBNews

이번 조치는 FIFA가 지난 10월 공개한 월드컵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이어진 뒤 나온 것이다. 특히 지난주 조 추첨 이후 일반 판매가 시작됐을때 팀 서포터용 티켓 가격이 일반 관중용과 동일하게 책정된 것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크로아티아전의 경우 가장 비싼 ‘카테고리 1’ 좌석은 700달러이고, 서포터 전용 ‘프리미엄 티어’ 역시 같은 가격이었다. 역시 서포터스를 위한 ‘스탠다드 티’와 ‘밸류 티어’도 각각 500달러, 265달러로 일반 티켓과 차이가 없었다.

원래 각 팀은 경기별 전체 좌석의 8%를 배정받고, 이 중 절반을 ‘밸류 티어’로 판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FIFA는 이 밸류 티어 물량의 5분의 1을 떼어내 60달러짜리 엔트리 티어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밸류 티어는 팀당 배정 물량의 40%, 엔트리 티어는 10%로 조정됐다.

FIFA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 팬들이 자신의 팀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응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유럽 축구 팬 연합(Football Supporters Europe)은 FIFA 발표 후 공식 성명을 내고 “FIFA의 티켓 정책은 졸속으로 결정됐다. 각 국 협회와 충분한 협의도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실제 혜택을 보는 팬은 팀별로 수백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최대 서포터 단체 ‘아메리칸 아웃로스’도 “티켓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을 FIFA가 인식한 것 같지만, 너무 늦었고 규모도 턱없이 작다”고 지적했다.

각국 축구협회들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축구협회(DFB)의 안드레아스 레티히 사무총장은 “장거리 이동과 높은 여행 비용을 고려할 때 더 저렴한 티켓이 필요하다”며 “가격은 FIFA가 일방적으로 정했고, 우리는 신청 시작 직전에 통보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지언론 보도에 딸흐면 독일 대표팀 경기의 조별리그 평균 티켓 가격은 422달러다.

튀니지축구협회와 잉글랜드축구협회, 스위스축구협회 역시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스위스축구협회는 “가족 친화적 가격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고로 서포터 엔트리 티어를 제외하면 모든 티켓 가격은 최소 수백 달러에서 최고 700달러에 이른다. 이는 2022년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해 최소 3~5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가격 논란에 대해 FIFA는 “티켓 판매 시작 5일 만에 2000만 건의 구매 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