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KBS 1TV '전국노래자랑' 무대에서 가수 손담비의 히트곡 '미쳤어'를 열정적으로 소화하며 '할담비'로 불린 지병수 씨가 지난 10월 노환으로 별세한 사실이 17일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월 30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세상을 떠난 지병수 씨는 향년 82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장례는 무연고로 진행됐으나 지인들과 양아들들이 상주 역할을 맡아 고인을 배웅했으며, 11월 15일 발인을 거쳐 벽제 시립묘지 납골당에 안치됐습니다.

고인은 1943년 전북 김제에서 만석꾼 가문의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끼가 넘쳤던 그는 유도와 무용으로 대학 진학을 희망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한양대학교 무역학과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퇴한 뒤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이후 지병수 씨는 형이 운영하던 건설회사에서 일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명동에서 양품점 '듀반'을 열었고, 청담동에 의상실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신촌에서는 술집을 경영하는 등 다채로운 사업가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1980년대에는 전통무용가 임이조 선생을 만나 춤을 배워 일본에서 전통무용 공연을 하는 등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카에게 보증을 잘못 서주면서 재산을 모두 잃게 되었고, 세 차례의 사기 피해까지 겪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독신으로 살며 양아들 두 명을 키웠던 그는 말년에 서울 종로구 숭인동 반지하 월세방에서 홀로 생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을 잃지 않았던 그는 방 3개 중 2개를 옷방으로 사용할 정도로 패션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으며, 양복 30벌, 셔츠 50벌, 구두 100켤레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 3월 24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 서울 종로구 편에서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자신을 '종로의 멋쟁이'라고 소개한 그는 뒤로 돌아서서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며 요염한 춤을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인기상을 수상한 이 무대로 '할아버지 손담비'를 줄인 '할담비'라는 애칭이 탄생했고, 일약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그의 삶은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2019년 3월 29일 KBS 2TV '연예가중계'에 출연했으며, 4월 2일에는 '할담비 지병수 Korean Grandpa's crazy K-pop'이라는 유튜브 공식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4월 7일에는 롯데홈쇼핑 모델로 발탁되는 쾌거를 이뤘고, 4월 16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3회에 출연하며 더욱 많은 시청자들과 만났습니다. 같은 해 5월 13일에는 KBS 1TV 인간극장 '할담비는 미쳤어'에 출연해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알게 된 송동호 씨가 매니저가 되어 그를 도왔고, 2019년 10월에는 '일어나세요'라는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1월에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할담비, 인생 정말 모르는 거야'를 출간했으며, 야구 경기 시구에도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방송 출연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매니저 송동호 씨는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트로트에 집중되면서 활동이 어려워졌다"며 "그래도 고인께서는 늘 '잠깐이나마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유명인이 된 건 영광'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혼자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불교 신앙의 힘으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했다고 전해집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웃음을 주셨다", "할담비 할아버지의 열정과 긍정적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는 등의 추모 메시지를 남기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한때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78세의 나이에 전국구 스타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던 지병수 씨의 삶은 '인생은 언제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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