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6일 16시 14분 유료콘텐츠사이트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자산운용에 맡긴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 실사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위탁자산 관련 정보가 국민연금의 동의 없이 원매자에게 제공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중대한 계약 위반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이지스운용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 통상적 M&A(인수합병) 절차였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 방안으론 다른 운용사로의 자산 이관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운용업계에선 공적 자금인 만큼 이관은 정해진 수순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영권 매각 실사 과정서 국민연금 위탁자산 정보 유출 논란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투자위원회를 열고 이지스운용에 위탁한 투자금 회수 방안을 논의했다. 조만간 국민연금과 위탁 운용 계약을 맺고 있는 다른 자산운용사들과 접촉해 구체적인 자산 이관 방법 등에 대한 실무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운용은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 운용사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약 26조2000억원이며, 이중 14조3000억원이 국내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금액은 2조원 수준으로, 현재 시장 평가액으로는 약 7조~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이지스운용은 지난 8일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위탁자산 관련 정보를 원매자에게 무단 제공한 것이 논란이 됐다. 매각 실사 과정에서 국민연금 핵심 자산을 담은 6개 펀드 정보가 담긴 보고서가 국민연금의 사전 동의 없이 본입찰 참여자인 한화생명, 흥국생명, 힐하우스캐피탈에 제공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국민연금은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여기고 추후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유출된 보고서에는 국민연금이 특정되지 않았지만 설정액, 평가액, 자산 이슈 등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원매자에게 국민연금에서 받을 구체적 성과 보수를 언급하는 등 민감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서울 마곡 원그로브 개발사업, 역삼동 센터필드빌딩 등의 자산이 담긴 펀드들과 관련, 사전 승인 없이는 정보를 유출할 수 없도록 약정했다.
이지스운용 "글로벌 기준 따른 통상적 실사...정보 보안도 철저"
이에 대해 이지스운용은 지분 매각 실사 과정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통상적인 절차였으며, 투자자 정보 보안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지스운용 측은 "자산운용사의 경영권 매각 시 원매자가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운용자산(AUM)의 건전성과 수수료 수익의 지속성 등을 검토하는 실사 과정은 필수적"이라며 "이는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의 M&A 거래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표준 절차"라고 설명했다.
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3중 보안 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지스운용은 "매각 실사는 글로벌 보안 기준에 따라 격리·통제된 보안 가상공간(VDR)을 통해 진행됐으며, 해당 자료는 물리적 복제나 외부 반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접근 권한도 소수의 인가자에게 제한된 기간 동안만 부여되고, 열람 주체와 시간, 내용이 모두 기록·모니터링된다"고 밝혔다.
또 매각주관사와 잠재 원매자들에게 강력한 수준의 비밀유지 의무(NDA)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운용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실사 참여자들에게 자료의 목적 외 이용이나 제3자 제공을 금지하는 비밀유지 의무를 부담하도록 했다"며 "자료가 실사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거나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사 과정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 역시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이지스운용은 "불가피하게 운용자산 관련 자료를 제공할 경우에도 개별 자산 정보가 아닌 전략별 통계 정보 위주로 제공했으며, 수익자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기관명 가림 처리 등 조치를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고객의 신뢰는 자산운용업의 본질이자 당사의 존재 이유"라며 "통상적인 M&A 실사 절차가 정보 유출로 오인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남은 절차에서도 투자자 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위탁자산 이관 가능성 거론...업계선 "공적 자금은 더 신중했어야"
국민연금이 이지스운용에 맡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은 운용사 이관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내부 규정상 기존 거래 운용사에만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과 위탁 운용 계약을 맺은 코람코자산신탁, 캡스톤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KB자산운용, 퍼시픽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등 운용사가 이관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이관 대상사별 수용 여력, 포트폴리오 구조 등을 검토한 상태로, 실질적인 자산 이동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운용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장하는 M&A 과정에서 운용 플랫폼에 담긴 펀드의 성격과 전략, 운용 기간 등을 점검하는 실사가 통상적인 절차라는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해당 자금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자금일 경우, 실사 과정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와 방식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운용사 인수 과정에서 플랫폼이 어떤 상품과 펀드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일반적인 실사 절차이긴 하다"면서 "다만 국민연금 자금처럼 국가의 공적 자금이 포함된 경우라면, 어느 수준까지 정보가 공개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충분히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원매자들이 자산을 어디까지 들여다봤는지 알 수 없는 만큼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과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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