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도 발전이 필요하다. 나는 심판과 문제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일부러 분노를 조장한다는 느낌을 받은 경기가 많았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두 시즌간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에서 활약한 뒤 떠난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제시 린가드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는 K리그1 229만8557명(228경기), K리그2 117만7470명(273경기), 승강 플레이오프(PO) 5만6478명(6경기)을 더해 총 누적 관중 353만2505명을 기록했다.
3년 연속 누적 관중 300만명 돌파라는 흥행 열풍과 반대로, 올해 프로축구는 심판 판정 문제로 시즌 내내 홍역을 치렀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판정으로 실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번 시즌은 유독 크고 작은 오심이 반복됐다.
현장에서 마주했던 감독들과 선수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애매했던 판정에 대해 질문하면 말을 아끼거나 심판 판정을 존중한다는 말로 갈음하는 분위기였다.
K리그 경기규정 제37조 제6항은 '각 클럽 선수 및 코칭스태프, 임직원 등 모든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실제로 오심 주장 기자회견을 열었던 FC안양 구단주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판정 불만을 제기했던 전북 현대 거스 포옛 전 감독 등은 나란히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이에 자신이 억울하다고 판단되는 판정이 있더라도, 구단 차원에서 보내는 공문을 제외하고는 울며 겨자 먹기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판정에 대한 답답함은 그라운드 바깥 팬들에게까지 번졌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오심이 발생했을 경우, 자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내부적으로 무슨 징계를 내렸는지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소통 부재 속 불신이 쌓인 축구 팬들은 석연찮은 판정이 나올 때마다 '심판 눈 떠라'라고 외치고 있다.
지난 6일 전북과 광주FC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선 '잘못 본 게 아니라 잘못한 겁니다', '그들에게 휘슬은 벼슬', '심판받아야 할 놈은 심판'이라고 적힌 걸개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 무대 고별전 이후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한 제언을 구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린가드가 남긴 심판 관련 작심 발언도 축구 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과 지지를 얻었다.
결국 K리그 심판을 둘러싼 문제는 국회에서도 다뤄졌다.
지난 10월 문진희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타받았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K리그 오심은 지난해 28건에서 올해 79건으로 182%, K리그1 오심은 지난해 8건에서 올해 34건으로 325% 증가했다.
김 의원은 "축구 팬들의 들끓는 여론을 보라. 오심을 하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도 1경기 배제가 절반 가까이다. 이러니 개선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K리그 심판이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다시 거듭나기 위해선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오심을 줄이기 위한 역량 강화 교육과 훈련은 물론 지금껏 불통으로 일관했던 시스템도 재정비해야 한다.
경기 중 오심이 발생했다면, 사안의 경중을 떠나 판정 배경, 징계 처리, 재발 방지 등을 비롯한 입장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대한축구협회가 유튜브 채널 'KFATV official'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심판 판정 관련 동영상 콘텐츠 'VAR ON, 그 판정 다시 보기'를 백분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국정감사 당시 문 위원장은 "K리그 팬과 국민께 죄송스럽다. 내가 지난 4월10일 심판위원장이 선임됐다. 지난해까지는 오심을 오심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심과 정심을 또렷하게 구분하고 싶었다"며 "동계 훈련을 하고 나면, 내년에는 K리그 오심이 확연히 줄 거라고 확신한다"고 약속했다.
심판 판정은 존중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존중은 쌍방향적 소통에서 이뤄진다는 걸 결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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