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에도 ‘응급실 뺑뺑이’ 돌고 돌고···K의료 추락 이유 보인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전공의 복귀에도 ‘응급실 뺑뺑이’ 돌고 돌고···K의료 추락 이유 보인다

이뉴스투데이 2025-12-17 08:00:00 신고

3줄요약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전공의 복귀로 의료대란이 행정적으로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응급의료는 정상화와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예외적 사고를 넘어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력 복귀만으로는 응급의료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는 올해 1~10월 10만2171건에 이른다. 의정 갈등 이전인 2023년 1∼8월 3만9522건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상당수의 전공의 복귀가 이뤄진 9월과 정부가 공식적으로 의료대란 종식을 선언한 10월에도 진료제한 메시지는 월평균 9495건에 달했다. 특히 진료제한 사유 가운데 ‘인력 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등 이전 32.9%보다 높아진 39.3%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병실 부족’과 ‘장비 부족’이 뒤를 이었다.

2022년 국회는 응급환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동희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시행 3년이 지난 현재, 현장은 ‘거부’보다 ‘수용 불능’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병상·의료진·배후진료 인프라 부족으로 병원이 응급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 현행 제도는 이를 실질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들이 복귀했음에도 응급실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부족 문제가 단순한 수의 문제가 아닌 배치 구조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인력만으로 운영되는 체계가 아니며, 외과·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배후 진료과가 24시간 연계되지 않으면 환자 수용은 곧바로 한계에 도달한다.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한 부산 사례는 이 문제가 특정 지역의 예외적 상황이나 일시적 혼선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올해 1~9월 부산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병원 연결을 시도한 3603건 중 실제 수용으로 이어진 경우는 14.6%에 불과했다. 위장관출혈 환자는 평균 9.9회, 의식장애 환자는 6.5차례 병원 문의 끝에야 이송이 이뤄졌다. 심정지 환자 역시 병원 선정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송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는 의료진 부족이 꼽힌다. 인력 부족이 66.3%로 수용 곤란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중환자실 부족(13.5%)과 배후진료 불가(11.2%) 순으로 집계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구급대가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만 환자 이송이 가능, 병원 문의 절차 자체가 응급의료 체계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진영 기자]
[그래픽=김진영 기자]

의료계는 이 구조가 사법 위험과 맞물리며 굳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소방청과의 간담회에서 “생사를 다투는 응급의료 특성상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책임을 묻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소방청 역시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법적 안전망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수급 구조도 응급의료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마감된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지방 수련병원과 필수과를 중심으로 미달 사례가 반복. 대전·대구 등 주요 광역시 병원 지원율은 50~70%대에 그쳤고, 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응급의료와 직결된 과목일수록 지원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은 정원을 웃도는 지원을 기록했다.

전공의 노동 구조 역시 변수다. 전공의법 개정으로 연속 근무시간 상한은 줄었지만, 이를 보완할 대체 인력 배치 의무는 마련되지 않았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 관계자는 “전공의들은 여전히 주 80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요구받고 있다”며 “과도한 업무량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시간 단축이 인력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응급실 운영이 야간·주말을 중심으로 환자 수용 제한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기술적 보완책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인천시는 환자 이송 흐름을 분석해 수용 가능 병원을 예측하는 시스템과 응급 핫라인을 도입했다. 다만 의료진과 병상, 배후진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시스템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응급의료의 병목은 정보 부족이 아닌 공급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응급실 뺑뺑이로 119 구급차 안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전화로 환자를 분산하는 제도가 오히려 응급환자 수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트롤타워에서 구축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응급의료가 더 이상 회복 국면이 아닌 ‘축소 안정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인력 배치와 법적 책임, 수가 구조를 함께 손보지 않는 한 응급실 정상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를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의료 공백이 일시적 혼선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국내 의료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와 달리, 응급의료 영역에서는 체감 후퇴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구급차 안에서 생명을 잃는 상황만큼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응급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