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더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는 시대다. ‘승차감 말고 하차감’이라는 말처럼 이제 자동차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라이프스타일의 연장선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디자인은 차량의 상품성과 인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토요타그룹·폭스바겐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톱3’는 전동화 흐름 속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공감을 이끌기 위해 디자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디자인의 자유도를 넓히는 가운데, 각기 다른 디자인 언어와 진화 전략으로 혁신과 정체성 사이에서 서로 다른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글로벌 판매 톱3 브랜드에 오른 뒤 2위를 위협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성장세에는 디자인 혁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정의선 회장의 ‘디자인 경영’ 하에 ‘감각적인 스포티함(현대차)’,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기아)’ 등 철학을 각각 정립해 짧은 기간 괄목할 만한 변신을 이뤄냈다. 김필수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를 적극 영입하며 디자인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며 “앞·뒤 비례, 램프 조화, LED 그래픽 등 디테일의 표현 폭이 넓어지며 차종별 개성이 더욱 또렷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1위 토요타·렉서스는 검증된 디자인을 유지하며 약간의 변화를 주는 ‘절제미’를 추구하고 있다. 2위 폭스바겐은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미래지향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기차·소프트웨어중심차(SDV) 전환 및 기술적 상향평준화가 본격 이뤄지면서 자동차 디자인이 일정 부분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자동차 구조·설계의 폭이 한정된 영역으로 좁혀진 만큼 결과적으로 디자인 차별성도 좁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브랜드가 고유한 조형 언어와 시그니처를 더욱 분명하게 구축하는 것이 디자인 차별화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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