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여파 속 '전광석화' 개혁 속도전…검찰청 등 권력기관 '수술대'로
소비쿠폰·증시활성화 앞세운 경제 처방 집중…부동산·산재 등 과제로
멈춰선 정상외교 '정상 궤도 회복' 주력…한미정상회담 '큰 산' 넘어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의 여파 속에 치러진 6월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재명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3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닻을 올린 이재명 정부는 우선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을 첨병 삼아 계엄 사태의 '청산'에 나서는 동시에 검찰청 해체로 대표되는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도 고삐를 좼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비상사태에 위축됐던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고, 멈춰 섰던 정상외교를 제 궤도로 돌려놓는 일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강력한 개혁으로 잘못된 부분을 도려내는 동시에 국가 시스템을 정상화해 선도 국가로 발돋움할 토양을 다지겠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기본적인 국정운영 방향이다.
◇ 권력기관 개혁 '잰걸음'…당정 온도차 등 과제 노출
이 대통령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과는 별도로 취임 직후부터 권력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 조치에 나섰다.
검찰청 폐지는 이 같은 개혁 행보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지난 9월 거여(巨與) 주도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9월부터는 검찰청의 직접 수사 기능은 폐지되며, 명칭도 '공소청'으로 변경돼 공소제기 및 유지 역할만을 담당하게 된다.
이 밖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미디어통신위원회로 바뀌고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이 분리되는 등 정부 조직의 '구조조정'이 정권 초기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다음 과녁은 사법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여권에선 사법부가 헌법 수호의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국민적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사법부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9일 국무회의 발언에서 "개혁에는 저항이 불가피하며 이를 이겨내야 변화가 있다"고 하는 등 개혁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힘을 싣는 모양새다.
다만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나 법왜곡죄 신설 등에 대해선 법조계는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개혁 과정에서 진통도 없지 않다.
여기에 개혁의 속도와 방식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여당의 온도차가 노출되는 문제 역시 이재명 정부가 향후 풀어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소비쿠폰 '심폐소생'·금융시장 '붐업'…新성장동력 찾기 집중
민생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한 이재명 정부는 지난 6개월간 두 차례에 걸쳐 소비쿠폰 발행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9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허약해질 대로 해약해진 우리 경제에 긴급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했다"며 "다행히 신속한 추경과 소비쿠폰 지급에 힘입어 각종 경기 지표가 상승으로 반전되고 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정부가 동시에 역점을 둔 부분은 '코스피 5,000시대' 공약으로 대표되는 금융시장 활성화 정책이다.
자칫 부동산 투기 수요로 몰릴 수 있는 자본을 금융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주식시장에 대한 '붐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인식이다. 이런 정책기조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되면서 코스피(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0월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는 활황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개월간 어느 정도 경제안정을 이뤄냈다는 판단 아래 내년부턴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통한 신(新)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핵심 분야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다.
다만 세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여전히 수도권 집값에 대해서는 불안함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 이 대통령이 숙원 사업으로 꼽고 있는 산업재해 예방에 있어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향후에도 정부의 고민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외교 정상화, 경주 APEC서 정점…한미 정상회담도 '합격점'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익중심 실용주의' 원칙을 앞세워 비상계엄 여파로 멈춰 선 정상외교를 본 궤도에 올리는 일에 매진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미국이 8월부터 한국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난제가 눈앞에 놓여 있었다.
이 대통령은 두 차례의 한미정상회담 및 치열한 실무협상을 거친 끝에 상호관세를 15%로 되돌리고 미국에 3천500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끌어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안보 분야 협상을 통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공식화하는 등 예상 밖의 성과까지 얻어내며 가장 큰 시험대였던 한미 협상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은 모양새다.
다자외교에서도 취임 후 6개월 동안 5차례의 국제회의를 소화하는 등 눈코 뜰 새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올해 외교 이벤트의 '백미'로 꼽힌다. 21개 회원의 입장을 조율해 '경주선언'을 끌어낸 것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중 정상회담까지 무난하게 치러내며 한국 외교의 위상을 다졌다.
다만 내년에도 여전히 많은 외교적 난관이 이재명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무역 질서 재편 흐름이 계속 빨라지는 가운데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또 북중러 밀착 등 시시각각 변하는 안보정세 속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hysup@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