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시인은 산문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에서 말의 속성을 이렇게 짚었다.
말이란 본디 휘발성이 강하지만, 어떤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그리고 기록에 남는다. 그런 말 한마디가 세상을 흔들기도 한다.
2025년에도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논란이나 화제가 됐던 발언을 모아봤다.
▲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 제공해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이재명 대통령, 취임 당일인 6월 4일 첫 인선을 발표하는 브리핑 도중 갑작스러운 정권 교체로 전 정부로부터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도록 하겠다"(이재명 대통령, 6월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시장감시위원회 실무 직원과 간담회에서)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이재명 대통령, 8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에 나서줄 것을 제안하며)
▲ "원래 백조가 우아한 태도를 취하는 근저에는 수면 아래 엄청난 발의 작동이 있다. 수면은 안정적이라 그걸 잘 모른다"(이재명 대통령,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이후 야권의 비판을 받는 정성호 법무장관에게 "요즘 저 대신에 맞느라고 고생하신다"고 감사의 뜻을 밝히며)
▲ "대한 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합니다"(이재명 대통령,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발표한 대국민 특별성명에서 국민의 계엄극복 노력에 감사를 표하며)
▲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다. 그렇지도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8월 5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 세력인 국민의힘과는 현시점에서 대화가 불가하다며)
▲ "싸우지 않는 자 배지를 떼라"(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7월 23일 국회박물관에서 당대표 출마선언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총선에서 과감한 인적 쇄신을 하겠다며)
▲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판단 이유를 밝힌 뒤 마지막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읽은 주문)
▲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호소다"(윤석열 전 대통령, 2월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 기일의 최종 의견 진술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 "김건희가 뭐냐. 뒤에 여사를 붙이든 해야 한다"(윤석열 전 대통령, 10월 31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서 '김건희'라고 호칭하는 특검팀을 쏘아붙이며)
▲ "삼겹살에 소맥 사주는 사람도 없다"(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5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에 앞서 자신에게 제기된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 "사초를 쓰는 자세로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 직을 수행하겠다"(조은석 특별검사, 6월 13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 임명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김건희 여사, 8월 6일 각종 의혹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팀의 첫 소환 때 취재진의 포토라인 앞에서 입장을 밝히며)
▲ "어떤 먹잇감을 먼저 물고 뜯어야 그들이 열광하고 환호할까"(정치 브로커 명태균, 4월 1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공천 개입 의혹 폭로를 예고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
▲ "주한미군 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역량이다"(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 8월 10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국방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 "(남북은) 이미 두 국가, 국제법적으로 두 국가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잠정적으로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생긴 특수관계 속에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다"(정동영 통일부 장관, 9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을 언급하며)
▲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대화가 가능하다고 언급하면서)
▲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사실 사건을 따지고 보면 450원짜리 초코파이랑 600원짜리 커스터드를 가져가서 먹었다는 건데…"(김도형 전주지법 부장판사, 9월 18일 물류회사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절도사건 공소사실을 읽고 헛웃음을 지으면서)
▲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X들이 해먹는 나라다. 조선에는 가망이 없으니 너희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탈조선해라"(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4월 14일 충북 괴산 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의무사관후보생 대상 강연에서 국내 의료체계 비판하며)
▲ "이제는 누구나 AI를 가지고 AI와 함께 일을 해나가는 시대가 분명히 열렸다"(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7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환경 조성을 강조하며)
▲ "직을 걸겠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7월 29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장관직을 걸고서라도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답변하며)
▲ "죽기 살기로 하겠다"(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7월 31일 취임식에서 자신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4년간 활동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며)
▲ "9월엔 비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김홍규 강릉시장,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최악 가뭄 현장인 오봉저수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대책 없는 비상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답변하며)
▲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국토교통부 이상경 전 차관, 10월 17일 부동산 유튜브 '부읽남TV'에 출연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비판에 대해)
▲ "(빚투를)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11월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현상을 평가하며)
▲ "여기(MOU) 내용 중에서 공정한 내용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11월 14일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업무협약(MOU) 서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익 배분 방식 등 MOU가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 "좋은 날 아니에요? 관세도 타결되고…. 살아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 게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거 먹고 한잔하는 게 그게 행복"(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0월 30일 서울 삼성동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깐부회동'을 마치고)
▲ "아저씨는 차 만들고 이 아저씨는 휴대폰 만들어"(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깐부회동'에서 한 아이에게 자신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소개하며)
▲ "폭싹 속았수다"(올해 3월 방영된 아이유와 박보검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제목. 제주어로 "무척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
▲ "(토니상)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두고 아침을 먹었어요. 너무 신기했어요. 상징적인 트로피가 제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요. 그 무게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박천휴 작가, 6월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미국 토니상 6관왕 기념 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며)
▲ "제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실수할까 봐 두려워서 많은 것을 하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9월 2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배드민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2연패 좌절에 대한 아쉬움과 실패 이유를 밝히면서)
▲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고 해서 여기서도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새롭게 '0'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마무리는 항상 '레전드'가 되고 싶은 게 저의 꿈"(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8월 7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로스앤젤레스FC(LAFC) 입단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며)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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