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외로운 'N포' 청년들…취업난에 '번아웃'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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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외로운 'N포' 청년들…취업난에 '번아웃' 증상

이데일리 2025-12-16 19:34: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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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서울의 한 공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모(24)씨는 최근 취업 고민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넘어 무력감마저 느끼고 있다. 반도체 산업 호황에 이공계가 유망하다고 하지만 인공지능(AI) 여파로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 일자리는 정작 줄고 있고, 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지인들의 소식에는 소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느낀다. 앞으로 취업은 할 수 있을지, 이러다 혼자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고 우울감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10명 중 3명은 심리적 탈진을 뜻하는 ‘번아웃’ 증상을 겪고 있는데, 특히 취업 준비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며 고민을 토로할 가까운 친구와 교류조차 줄면서 청년들의 사회적 연결성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N포세대’ 현실로…삶 만족도 OECD 하위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은 16일 청년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측정 및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청년 삶의 질 2025’ 지표 보고서를 발간했다. 청년은 만 19~34세를 대상으로 삼았다. 데이터처는 매년 발간하던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서 나아가 정책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생애 주기별로 별도의 보고서를 내고 있다.

청년층은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부모와 독립하는 매우 역동적인 시기다.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 앞으로 다가올 인생 과제에 대한 부담감도 큰 탓에 모든 걸 포기하는 ‘N포세대’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실제로 한국 청년의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8개국 중 3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평균보다 0.3점 낮은 수치다.

청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감소하다가 2019년 이후 증가 추세다.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2023년 기준 19~29세 청년 중 16.3%가 그렇다고 답했다. 2021년 11.7%에서 4.6%포인트 큰 폭으로 증가했다.

번아웃을 경험한 청년은 지난해 32.2%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로 진로 불안(39.1%)이 가장 높았다. 이어 업무과중(18.4%), 업무 회의감(15.6%) 등 순으로 나타났다. 번아웃 증상은 비수도권에 거주하거나 대학 졸업을 마친 청년들에게 더 많이 나타났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번아웃 증상을 더 많이 느꼈다.

취업은 어렵고 결혼은 늦어지고 있었다. 올해 기준 청년층(15~29세) 임금근로자가 첫 취업을 하기까지는 11.3개월이 걸렸다. 10년 전인 2015년 10개월에 비해 1.3개월 길어졌다. 청년 중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30~34세의 미혼 비율은 2000년 19.5%에서 2024년 66.8%로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초혼 연령은 2024년 남성 33.9세, 여성 31.6세로 2000년과 비교해 각각 4.6세, 5.1세 올랐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를 찾은 청년이 구직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 “고민 얘기할 친구 없어”…사회 안전망 비상

청년들의 1인 가구 비율이 늘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사회적 연결성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혼자 여가를 즐기는 비율은 유독 30대에서만 증가했는데 ‘비혼 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3년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은 2015년 대비 19~29세는 3.2%포인트, 30~39세는 3.7%포인트 각각 늘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에서 사회적 관계를 통한 안전망이 약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심리·정서적 충격으로부터의 완충재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사회참여 기회의 증대, 디지털 환경에서의 교류 기회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번 보고서는 청년 미래 정책의 나침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청년의 현재를 그대로 비춘 만큼 종합적으로 청년 삶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제고하는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부처 관계자는 “기존 삶의 질 보고서와 다르게 청년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정책적 활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처는 비정기적으로 ‘청년 삶의 질’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2022년 첫 발간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는 3년 만인 2025년 두 번째 발간을 마쳤다. 김진 국가통계연구원 원장은 “청년 한 사람의 일상과 선택이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만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청년 삶의 질 진단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보고서가 청년 삶과 권리 보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정책 수립에 활용되면서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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