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자 영화감독 살해되자 조롱한 트럼프…공화당·지지층서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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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자 영화감독 살해되자 조롱한 트럼프…공화당·지지층서도 "끔찍하다"

프레시안 2025-12-16 19:31: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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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헐리우드 유명 영화감독 롭 라이너(78) 부부의 비극적 사망에 대해 조롱을 퍼부은 데 대해 공화당 및 지지층에서도 이례적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의 트럼프 지지율이 올봄보다 눈에 띄게 하락했고 마가 정체성이 흐려지는 징후가 보이는 등 지지기반 이탈 경고가 줄을 잇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날 배우자와 함께 주검으로 발견된 라이너가 "'트럼프 광증 증후군'으로 알려진 정신을 마비시키는 거대하고 완고하며 치료 불가능한 질병으로 인해 타인에게 초래한 분노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조롱했다.

이어 "그(라이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기로 유명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전례 없는 황금기를 가져오며 위대함에 대한 모든 기대와 목표를 뛰어넘자 그의 명백한 편집증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롭과 미셸의 명복을 빈다!"고 게시했다.

<로이터> 통신 등을 보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어 퓨 굿맨>, <프린세스 브라이드> 등 많은 인기 영화를 연출한 라이너는 전날 오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배우자 미셸 싱어 라이너(70)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15일 LA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의 아들 닉 라이너(32)가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다. 닉은 과거 약물 중독 문제를 겪은 적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아버지와 함께 그러한 경험을 반영한 영화를 제작한 적도 있다.

라이너는 기금 모금 행사를 조직하고 선거 유세에도 적극 참여한 공개적 민주당 지지자였다. 라이너 부부는 캘리포니아 동성결혼 금지법(Proposition 8)을 뒤집는 데 일조한 진보적 활동가이기도 했다. 라이너 부부가 정치적 견해 탓에 살해됐다는 근거는 제시된 바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라이너 부부 주검이 발견되기 전날 밤 있었던 연말 모임에서 닉이 아버지와 고성을 지르며 다투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모임 참석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날 라이너는 아들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라이너 가족의 비극을 곧바로 정치 공격 대상으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롭 라이너를 향한 당신의 감정이 어떻든 이는 잔혹하게 살해된 사람에 대한 부적절하고 무례한 언사"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견해와 관계 없이 누구도 폭력의 대상이 돼선 안 되고 하물며 친아들의 손에 그런 일을 당해선 더더욱 안 된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가 동정과 연민을 느껴야 할 끔찍한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도 광범위한 비난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 출신으로 보수 라디오 진행자를 맡고 있는 제나 엘리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라며 "우파는 찰리 커크의 죽음에 대한 정치적·축하성 반응을 일제히 규탄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에게 나온 끔찍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영국 방송인 피어스 모건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문제가 있는 아들에게 방금 살해된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건 끔찍한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게시글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모건은 다른 게시물에서 라이너가 커크 살해에 대해 "정치적 신념과 상관 없이 그런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안 된다"고 애도한 것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 9월 우익 활동가 커크 살해를 빌미로 트럼프 정부가 좌파몰이에 나섰던 것과 모순된다. 트럼프 정부, 공화당, 극우 활동가들은 커크 죽음에 대해 동정적이지 않은 게시글 작성자를 색출해 공격에 나섰고 이를 통해 대상자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은 물론 직장에서 해고, 정직까지 속출한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공화당원 비판에도 불구하고 라이너 죽음에 대한 소셜미디어상 견해를 유지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난 그의 팬이 전혀 아니었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이었다"라며 "트럼프 광증 증후군"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 매우 해로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마가조차 시험에 들게 한다"며 이날 지지층에서 쏟아진 비판을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 봤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발언에 대해 공화당 선출직 공직자들이 침묵을 지키거나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아직 못 봤다며 황급히 자리를 뜨고 마가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낸 것과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이는 트럼프가 공론장을 얼마나 저급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가 설정될 수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그의 권력이 쇠퇴하는 증거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그저 이례적 소동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마가 내부 불만에 직면해 있다. 외국 문제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물가를 잡지 못했으며 억만장자들과의 교류가 빈번하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에 저항했다는 이유다. 스스로를 마가라고 밝힌 조지아주 주민 제시 메도스는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가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와 인플레이션을 낮췄다고 자랑하는 게시글을 올릴 때 "가짜 뉴스"를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신문은 보수 진영 전반에서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마가 지지층 사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14일 공개된 미 NBC 방송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마가 공화당원이라고 여기는 응답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 4월 78%에서 8%포인트(p) 하락한 70%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11월20~12월8일 성인 2만25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실시됐고 오차범위는 ±1.9%포인트다.

마가 정체성 자체의 위기도 감지됐다. 해당 조사에서 공화당 정체성을 가진 응답자들에 자신을 마가 운동 일원으로 여기는지 아니면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로 여기는지 물었을 때 4월엔 응답자 57%가 자신을 마가 운동 일원이라고 답했고 43%만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라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양쪽이 50%로 동률을 이뤘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새겨진 영화감독 롭 라이너의 이름 곁에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꽃이 애도 메시지와 함께 놓여 있다. 라이너는 전날 자택에서 배우자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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