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전후에 태어난 세대의 다수는 절대 빈곤을 겪었다. 영양실조에 시달리거나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소 비장하게 들릴 수 있으나 당시 서민에게 삶의 목표는 다름 아닌 ‘생존’이었고 이 절박함은 곧 삶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력이었다. 기성세대가 ‘근면’, ‘성실’, ‘헝그리 정신’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생존에 필요한 정신적 유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왜 아니겠는가.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고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운 정신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다르다. 여전히 치열한 취업 현실을 ‘생존 경쟁’에 비유하곤 하지만 굶주림과 질병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의미 그대로의 생존 위기는 더 이상 없다. 이 지점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직업을 바라보는 기준은 달라진다. 천신만고 끝에 경제적 기반을 이룬 기성세대 직업관은 여전히 생존 시대에 머물러 있다. 즉, 남들 일할 때 함께 일하고 남들 쉴 때도 일해서 한발 앞서가야 한다는 믿음, 위에서 시키는 일이 합리적이지 않아도 묵묵히 감내하면 된다는 문화가 그것이다. 한 직장에 오래 근속하면서 승진과 발전을 경험한 이들은 성실과 인내의 결실이 크고 달았다는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1년을 못 채우고 퇴사하는 청년들이 못마땅하다.
고학력 청년들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안정적인 평생직장이 사라졌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물질적 빈곤의 시대를 지나 기회가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청년들은 첫술에 배부르지 않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역량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정보는 어디에나 널려 있고 혁신은 날로 거듭되지만 밀도 있는 경험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통하지 않고 성장하는 방법은 없다. 동료와 상사는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업무지침서처럼 편리하지 않지만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앞날을 기획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나침반이 된다.
한편 기성세대는 산업화시대의 잣대로 청년의 일하는 자세를 운운하기에 앞서 기회의 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청년에게 재량껏 기회를 내주고 좌절하지 않도록 버팀목이 돼주며 오랜 경험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몸소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청년에게는 성장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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