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현 장동혁 지도부의 '강성 노선'에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 그동안 공개 석상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평가를 조심스러워하던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하나둘 견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당 지지율 정체 상황에도 '집토끼'만 보며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장 대표를 향해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선수(選數)·계파·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 공부 모임인 '대안과 책임'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당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짚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 시장은 "국민의힘이 과연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은 하는지, 국민 정서를 헤아리는 현실 진단 능력은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통적으로 '처절하다', '위험하다' 말하는데 실제로 그걸 뒷받침할 어떠한 노력도 뒤따르는 걸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치른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고도, 유권자의 "심판 행위"를 뼈아프게 받아들여 자성하거나 쇄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쪽(여권)은 '내란 몰이'에 몰두하는데, 이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된 방어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 부분을 극복하려면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의 이미지를 바꿀 인재 영입이 필요하다며 대중에게 '설득력'을 갖출 인사를 들여와야 한다고 짚었다. 장 대표가 전날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하는 김민수 최고위원을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한 직후여서 유 시장의 지적은 눈길을 끌었다.
유 시장은 또한 장동혁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특히 공천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이기는 공천을 전제해야 한다. 누구에게 유·불리한지, 이런 정치적 계산 공천으로는 정말 이번 선거 어렵다"고 경고했다. 유 시장은 "당 대표부터 지도부, 국회의원 모두 '우리에게 공천 권한은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ARS(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 결과만 선택적으로 믿고, 당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전화면접조사를 불신하는 당 일각에 "'여론조사는 현실을 잘 반영하지 않는다'는 한심한 얘기하는 사람은 가능성이 없다. '전화면접이 어쩌고'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외연 확장" 건의에 '12월 말' 언급한 장동혁
주최 측 대표로 발언한 엄태영 의원은 "우리가 목표 지점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 중요한 건 속도감, 더 중요한 건 방향성"이라며 "우리 당도 혁신이라는 말을 한다. 혁신은 가죽부터 벗기는 진통이라고 하는데, 우리 당의 당명이라는 껍데기부터 벗겨야 할 때다. 체질까지 바꾸고 여러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외부 인사들도 모두 지도부가 '민심'에 더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당내 화두인 지방선거 공천 룰과 관련해 '당심 70% 적용'을 두고 '필패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당 지지율이 낮을수록 민심 비율을 높이는 건 상식"이라며 "당 이념 성향이 굉장히 강성인데, 그 사람들에 의해서 후보가 선출되면 과연 그 후보들이 중도 확장력을 갖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영진·박정하·배준영·서범수·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 모임 소속 재선들뿐만 아니라 초선(김용태·김재섭 등), 중진(김기현·안철수 등) 의원들도 참석했다. 당초 주최 측은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에게도 토론회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 사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지도부에서는 김도읍 정책위의장,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이 자리했다.
김 의장은 지방선거에 대해 "국민의힘은 책임과 존재 이유를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하는, 당 존립의 중요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에서 쓴소리를 가장 많이 하는 양 최고위원은 "우리가 국민 앞에 어떤 태도로 서 있느냐가 모든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며 "국민보다 먼저 통합해 가장 먼저 반성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모여 당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초선 대표를 맡아 온 김대식 의원은 모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투쟁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현실도 분명하다"며 "강한 투사도 필요하지만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길을 제시하는 전략과 설계가 더 요구되는 시기"라고 밝혔다. 초선 의원들은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모여 당 안팎의 과제들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장 대표는 전날 일부 재선 의원들과 만나 연말을 기점으로 당 운영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과 책임' 간사이자 전날 장 대표와의 오찬에 참석한 이성권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과 관련한 건의가 있었고, 보수 결집과 동시에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장 대표도) 공감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직접 답을 준 건 아니지만, 최소 12월 말까지 특검 중 상당 부분 정리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전환 국면이 오지 않겠나, 오면 새로운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뉘앙스의 말을 (장 대표가) 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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