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통제 완화 조짐···EU 기업에 ‘일반 허가’ 발급

▲ 중국 장시성 간현의 한 희토류 광산에서 채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중국이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희토류를 포함한 산업용 핵심 광물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 허가’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촉발됐던 공급망 불안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Bloomberg)에 따르면, 이날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유럽 산업계로부터 중국의 일반 허가가 실제 발급되고 있다는 초기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희토류는 중국이 글로벌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전략 광물로, 전기차·풍력·방산 등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당시 조치로 인해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공급 차질과 생산 중단 우려가 확산됐다.

중국은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등 7종 광물을 군수·민간 양쪽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으로 규정하고, 해외 반출 시 건별 특별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EU 기업들은 자국 규제당국도 요구하지 않는 사진 자료와 상세한 공급망 정보까지 중국에 제출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사전 승인된 기업에 한해 일정 기간 동안 희토류를 반복적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 허가’ 제도를 중국 측에 제안해 왔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이 같은 아이디어가 중국 측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실제로 첫 일반 허가가 발급되는 단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희토류 허가 절차가 과도하게 관료적이라는 EU 측 문제 제기에 대해 중국이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EU는 이번 조치로 독일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들이 허가 신청 부담을 덜고, 희토류 공급 중단에 따른 생산 마비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 이후 전기차·신재생에너지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희토류 대란’ 우려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미·중 간 통상 긴장 완화 흐름도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추가 고율관세와 수출통제를 자제하기로 합의했고, 중국은 이에 따라 희토류를 포함한 일부 통상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다만 중국은 지난 4월 도입한 희토류 수출 허가 제도 자체는 유지하고 있어, 공급망 통제 수단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로이터통신(Reuters)은 지난 2일 중국이 ‘일반 허가’를 중심으로 한 간소화된 희토류 수출 허가 체계를 마련 중이며, 중국 희토류 자석 제조업체 최소 3곳이 이미 해당 허가를 발급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EU 내부에서는 “중국이 통제의 틀은 유지한 채, 전략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만 숨통을 틔워주는 방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카드가 미·중 전략 경쟁 국면에서 여전히 핵심 지렛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