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고금리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이자장사' 비판을 받았던 광주은행이 차기 수장 교체를 단행하면서 행장 교체가 사실상 구조조정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역경제 침체, 건전성 악화, 수익성 둔화라는 복합적 난제를 안고 있는 만큼 새 경영진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16일 광주은행은 차기 행장으로 정일선 부행장을 단독 추천했다. 정일선 부행장은 1995년 입행 이후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광주은행의 영업·여신·인사 전 부문을 경험한 정통 내부 출신 인사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정 부행장을 단독 추천한 데에는 현장 경험과 조직 내 신뢰가 고르게 확보된 인물이라는 은행 내부의 평가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여신심사 경험과 조직 운영 능력을 겸비했다는 점은 건전성 악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광주은행은 오는 17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정 부행장을 제15대 은행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 부행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찮다. 광주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이자·비이자 부문의 실적이 동반 하락해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순이자이익도 6415억 원에서 6152억원으로 4.1% 하락했고 비이자이익 역시 18% 감소했다. 시중은행들이 고금리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갈아치우는 흐름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건전성 악화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의 연체율은 0.86%로 전년 대비 0.28%p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76%로 0.20%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45% 이상 증가하며 1978억원에 달했다. 지방은행의 연체율 증가는 지역경제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부실 여신 관리가 향후 실적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JB금융 산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그동안 중·저신용자 대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왔다. 실제 전북은행의 예대금리차는 5.60%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크고 대출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781점에 그쳐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광주은행 역시 예대금리차 2.62%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으며 대출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873점으로 전북은행 바로 다음이다. 이러한 대출 구조는 고금리 시대가 종료되는 국면에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일선 부행장이 차기 수장으로 선택된 데에는 이 같은 구조적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기반을 정상화하는 임무가 담겼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최근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며 고금리 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금융지원 확대를 압박하는 가운데 높은 예대금리차는 정치적·사회적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수장의 연임이 무산된 배경에 이러한 '고금리 모델'에 대한 비판이 작용했을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광주은행은 그간 내부 승진을 통한 안정적 경영을 유지해왔다. 송종욱 전 행장과 고병일 행장 모두 내부 출신이었고 조직문화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지역 밀착형 금융 전략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는 단순한 연속성 유지보다 '체질 개선' 요구가 더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수익성 악화와 부실 여신 관리 부담, 건전성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만큼 내부 승진이더라도 단순한 안정성보다는 혁신적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광주은행은 단기간에 실적 개선을 이루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새 수장은 기존의 위험 기반 영업모델에서 벗어나 지역 기반을 활용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로 수익을 내는 방식도 제한되는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디지털금융 전환,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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