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풀백’ 이명재가 말하는 잉글랜드 도전기와 대전 우승, 그리고 월드컵 [뽈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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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풀백’ 이명재가 말하는 잉글랜드 도전기와 대전 우승, 그리고 월드컵 [뽈터뷰]

풋볼리스트 2025-12-16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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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서형권 기자
이명재.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명재에게 2025년은 이례적인 해였다. 10년 가까이 울산HD에 머물렀던 이명재는 올해에만 팀을 두 번 옮겼다. 상반기에는 해외 진출을 타진해 잉글랜드 리그원(3부)에 있던 버밍엄시티에서 뛰었고, 하반기에는 K리그로 돌아와 대전하나시티즌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명재는 32세 나이에도 과감하게 도전했고, 선수로서 더욱 성장했다. 잉글랜드에서는 비록 많은 시간을 출장하지 못했지만 직접 느끼지 않고서는 알아차릴 수 없는 경험들을 했다. 대전으로 돌아와서는 곧바로 레프트백 주전이 돼 흔들리던 대전을 반등시키며 K리그1 준우승을 이끌었고, 반년만 뛰었음에도 2025시즌 K리그1 베스트 11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다채로운 한 해를 보낸 이명재가 지난 4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났다. 이명재는 11월 A매치 당시 대표팀에서 부상을 입어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즌을 끝내고 재활에 전념하는 중이었다. 그는 아직 통증이 남기는 했지만 순조롭게 회복하는 중이어서 동계 훈련에 참여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명재(왼쪽), 백승호(이상 당시 버밍엄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명재(왼쪽), 백승호(이상 당시 버밍엄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 버밍엄에서 31세에 잉글랜드 데뷔전을 치르다

울산에서 보낸 나날은 영광으로 가득했다. 데뷔 초창기 출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주전으로 올라섰다. 2022년부터는 붙박이 레프트백으로 K리그1 3연패를 달성했고, 2024년에는 활약을 인정받아 K리그1 베스트 11에도 처음 선정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울산과 계약이 끝난 이명재는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여러 팀이 나오던 중 버밍엄이 적극적으로 이명재에게 구애했다. 크리스 데이비스 버밍엄 감독은 영상 통화를 통해 이명재와 미팅하며 그가 필요하다는 걸 어필했다. 이명재는 자신을 원하는 버밍엄의 설득에 곧바로 잉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버밍엄이 3부 리그에 있다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대가 잉글랜드라는 게 컸어요. 버밍엄도 리그 1위를 하고 있었고 다음 시즌 무조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으로 올라갈 정도의 스쿼드였고요. 계약은 짧지만 내가 짧은 시간에 보여주기만 하면 (백)승호랑 같이 챔피언십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버밍엄에 갔어요. 승호와는 가기 전날과 가는 당일에 연락하고 도착해서도 바로 만났어요. 저에 대해 구단에서 자꾸 물어봐서 승호도 영입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더라고요.”

“데이비스 감독님은 제 영상을 울산 경기부터 대표팀 경기까지 다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우리 팀의 스타일에 맞으니 동계 훈련을 쉰 건 아는데 와줘서 같이 도움이 돼줬으면 좋겠다, 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하셨죠. 그렇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주고 영상 통화를 하자고 한 팀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버밍엄에 가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좋은 경험을 해봐야겠다고 결정했죠.”

하지만 잉글랜드 도전은 녹록지 않았다. 동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경기를 뛸 만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데이비스 감독은 무리해서 출전하기보다 몸을 확실히 만든 뒤에 경기에 투입하겠다고 말했고, 이명재는 두 달 넘게 훈련에 매진해야 했다.

이명재(버밍엄시티). 버밍엄시티 X 캡처
이명재(버밍엄시티). 버밍엄시티 X 캡처

그래도 시즌 막바지에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3경기를 뛰었다. 이명재는 올해 4월 크롤리타운과 리그 경기에서 후반 25분 교체돼 데뷔했다. 이어진 스티브니지와 경기에서는 처음 선발로 나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캠브리지유나이티드전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훈련만 오래 하다 보니까 데뷔하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고요. 선수들이 다 부상이어서 훈련하는 선수가 한두 명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거의 1대1로 훈련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훈련이 잘 됐다는 생각도 들어요. 몸을 잘 만들어놔서 데뷔전을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경기를 많이 못 뛴 건 아쉽지만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아요. 축구 인생에서 젊은 나이가 아니었는데 도전할 기회를 팀에서 준 것도 너무 감사하고, 제 인생에서도 제가 도전을 해서 잉글랜드의 축구 문화라든지 생활을 잠깐이지만 느껴봤다는 게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이명재(대전하나시티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명재(대전하나시티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대전에서 김문환과 ‘국가대표 듀오’를 이루다

이명재는 버밍엄과 반년 계약을 마치고 잉글랜드를 떠났다. 버밍엄과 재계약 이야기를 안 한 건 아니지만, 다가오는 월드컵을 생각하면 보다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향해야 했다. 당연히 이명재는 울산과 먼저 협상을 시작했으나 마음대로 상황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때 대전이 손을 내밀었고, 이명재는 고민 끝에 대전과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한국에 돌아올 거면 울산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울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구단에서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왔다는 걸 알았어요. 이 팀은 내가 필요하지 않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조금, 솔직히 많이 아쉬웠어요. 내가 한 게 그 정도밖에 안 되나 생각도 많이 들었죠. 그러던 중에 황선홍 감독님과 명재용 코치님께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처한 상황도 고려했고, 저도 다른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대전이 순위도 좋았고, 친한 선수도 많았죠. 올해가 아니어도 1, 2년 안에 우승을 꼭 한번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대전으로 결정했어요.”

이명재는 대전에 적응 기간 없이 녹아들었다. 탈장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박규현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웠다. 7월 강원FC 원정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렀고, 이어진 울산과 경기에서는 첫골을 넣었다. 이명재는 시즌 내내 걸출한 킥과 수비 능력을 발휘하며 반대편에 있던 김문환과 함께 후반기 대전의 반등과 준우승을 함께했다. 대전 팬들은 ‘국가대표 듀오’를 자랑스러워했다.

“하던 대로 했다고 생각하는데 제일 중요했던 건 대전에서 축구하는 게 재밌고 편했어요. 제가 할 것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마음이 편해야 잘 되는 스타일이어서.”

“문환이가 반대편에 있는 것도 큰 것 같아요. 상대에게도 부담스럽잖아요. 한쪽에만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거기만 막으면 되는데 양쪽에 좋은 선수가 있으면 더 어려워지니까요. 문환이가 경기를 잘해주고 있을 때 나도 저거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시너지가 나고, 더 좋은 플레이들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명재. 서형권 기자
이명재. 서형권 기자

이명재는 경기장 안에서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라커룸에서 경기 전이나 하프타임 때 곧잘 입을 열어 선수들을 독려한다. 울산에서 수많은 베테랑을 보고 배운 대로 대전에서는 자신이 베테랑의 역할을 수행한다.

“울산에 있을 때는 형들이 많아서 얘기를 아예 안 했는데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거죠. 이제는 제가 어린 선수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경기 시작 전에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아도 이걸 해야 팀에 좋고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이 가겠다 싶어서 한마디라도 하고 들어가곤 해요.”

“홈 경기에서는 절대 지면 안 된다고, 재미있게 하고 즐기라고 많이 말해요. 여기서 못 즐기고 후회하지 말고, 재미있게 하다 보면 좋은 일 생길 테니까 잘해야겠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감독님도 그런 걸 좋아하시고 주문을 많이 하셨어요. 제가 선수들의 분위기나 마인드를 잡는 역할을 했죠.”

이명재(오른쪽, 대전하나시티즌). 서형권 기자
이명재(오른쪽, 대전하나시티즌). 서형권 기자

▲ K리그 최고의 레프트백, MVP와 월드컵을 꿈꾸다

이명재는 반년만 뛰고도 K리그1 베스트 11을 수상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었다. 2005년 후반기를 휘어잡아 반년 만에 베스트 11은 물론 MVP까지 거머쥔 이천수(당시 울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명재가 대전에 끼친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방증한다.

“처음에 받았을 때는 솔직히 놀라긴 했는데 제가 처음 대전에 올 때 베스트 11이라는 목표를 두긴 했거든요. 반 시즌만 뛰고 한번 베스트 11을 받아보자는 생각도 했는데 그게 이뤄졌죠.”

K리그1 베스트 11 수상은 이명재에게 K리그1 MVP라는 새로운 꿈을 심어줬다. 갈 길은 멀다. K리그1 역사상 풀백으로 MVP를 수상한 인물은 1988년 박경훈(라이트백, 당시 포항제철아톰즈)이 유일하다. 이명재는 대전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까지 석권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대전이라는 팀에서 우승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고, 그 이후에 MVP까지 받아보는 게 또 다른 꿈이에요. 저는 그걸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후에 또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른 도전을 하고 싶어요. 목표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어요.”

“대전은 이제는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봤을 때 더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많이 하고요. 선수들에게도 힘을 많이 실어주고, 스태프들도 많죠. 우리가 얼른 좋은 성적을 내야 팀도 더 좋아질 거예요. 길게 봤을 때는 대전이 K리그 명문 클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명재(오른쪽,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이명재(오른쪽,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이명재에게 현실로 다가온 꿈 중에는 월드컵 출전도 있다. 이명재는 현재 대전에서 인연을 이어가는 황 감독 덕에 지난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울산 시절부터 이명재를 잘 알았던 홍 감독도 버밍엄 시절을 제외하면 꾸준히 이명재를 대표팀에 부르고 있다. 현재 홍명보호의 실험이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명재도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늦깎이 국가대표라 할 수 있는 이명재에게 그 순간은 특히 감동적일 것이다.

“월드컵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조금은 생각하고 있는데 끝까지 가봐야 알죠. 긴장 놓치지 않고 준비를 잘 하다 보면 월드컵이라는 무대까지 기회가 올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부상이라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저는 간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꼭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다음 시즌에도 좋은 모습 보여서 월드컵까지 가도록 준비하는 게 지금 목표인 것 같아요.”

사진= 풋볼리스트, 버밍엄시티 X 캡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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