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교육부가 2027년부터 사립대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온 국가장학금 연계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등록금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정책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등록금 법정 상한 외 부수적인 규제를 폐지하는 등 규제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규제는 국가장학금Ⅱ 유형이다. 국가장학금Ⅱ는 대학이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시 한국장학재단이 추가 재정을 지원하는 성과 연계형 장학금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Ⅱ 유형의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더해 대학들은 동결을 유지하려 하는 정부의 기조를 어기고 등록금을 인상을 결정한다면 정부 주도 사업 선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하지만 올해 4년제 일반대와 교육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재정 여건이 악화되자 일부 대학들이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지난 4월 발표한 ‘2025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4년제 일반 및 교육대학 193개교 가운데 136개교(70.5%)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전문대 역시 129개교 중 94개교(72.9%)가 등록금을 올렸다.
이에 그간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던 교육부는 올해 초부터 대학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을 고려해 규제 완화를 결정했다. 정부가 국가장학금Ⅱ 규제를 폐기한 것은 사실상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교육부는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폐지하더라도 법에 따른 등록금 인상 한도가 정해져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는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정난에 시달려 왔던 대학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교협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고등교육의 질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규제개선이 단순한 재정 확충을 넘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는 ‘교육 투자의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물가 상승률과 가계 부담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신중한 등록금 책정 △법정 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한 민주적인 소통과 공감대 형성 △AI·디지털 전환, 교육환경 개선, 우수 교원 확보 등 교육혁신에 재투자 등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법정 상한선이 존재하더라도 국가장학금Ⅱ 유형 폐지가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설명이나 안내가 없었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의견 수렴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지난 업무보고 자료에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해 생중계된 업무보고 현장에서도, 업무보고 뒤 이어진 교육부 최교진 장관의 공식 브리핑에서도 언급되지 않아 ‘의도적 은폐’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 측은 일부러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허수경 사무국장은 본보에 “그동안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온 국가장학금 Ⅱ유형까지 폐지되면서 대학들은 이번 조치를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허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인상률 상한에 대한 보호 장치가 있다고도 하지만 이미 오른 등록금에 다시 인상이 더해지는 구조라 학생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대학 학생회장들 역시 당장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인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처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서 허 사무국장은 “사립대 총장들과의 소통은 활발하지만 학생 대표와의 공식적인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된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규탄했다.
국가장학금Ⅱ 유형 폐지로 사립대 등록금이 오를 경우 국립대 선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지방 사립대의 경우 학생 모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에도 전국 151개 사립대들이 정부의 등록금 규제 폐지를 요구하며 이르면 올해 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헌법재판소가 사립대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등록금 규제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등록금이 크게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명시된 대학 등록금 법정 상한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고등교육법 제11조에 규정된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선을 1.2배로 낮췄다. 당초에는 직전 3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사립대들은 이 같은 규제가 대학의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사총협은 교육부가 2027년까지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폐지한 것에 대해서도 당장 내년부터 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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