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침팬지 사회에도 전쟁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인류학자 브라이언 우드(Brian Wood) 교수 연구팀이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 응고고(Ngogo) 침팬지 집단을 30년 넘게 추적 관찰한 결과, 10년 가까이 이어진 집단 간 전쟁이 흥미로운 생태적 변화를 낳았다.
경쟁 집단을 몰아내고 영토를 확장한 침팬지 사회에서 출산율과 새끼 생존율이 동시에 급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침팬지에게 집단 간 폭력이 왜 '선택될 수 있는 전략'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 영토 확장에 따른 출산 급증과 새끼 생존율 상승
응고고 집단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인접 집단과 반복적인 충돌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최소 21마리의 경쟁 집단 침팬지가 목숨을 잃었고, 2009년 이후 응고고 집단은 기존보다 약 22%, 면적으로는 6.4㎢ 넓은 영역을 차지하게 됐다.
영토 확장 이전 3년 동안 암컷들이 낳은 새끼는 15마리였으나, 확장 이후 3년 동안 태어난 새끼는 37마리로 늘었다. 세 살 이전 새끼의 사망률도 41%에서 8%로 크게 낮아졌다.
연구팀은 영토 확장으로 먹이 자원이 늘어나고, 암컷들의 영양 상태와 건강이 개선된 점을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경쟁 집단 수컷이 사라지면서 새끼를 노린 공격 위험이 줄어든 점도 생존율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 집단 간 폭력, 진화적 보상의 가능성
침팬지 행동을 연구하는 미네소타대 마이클 윌슨(Michael Wilson) 교수는 이번 연구가 특정 조건에서 집단 간 살상이 침팬지에게 적응적 행동이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경쟁 집단을 제거하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집단의 생존 확률과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한 집단의 번영은 다른 집단의 몰락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익이 전체 침팬지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이번 결과가 인간 사회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우드 교수 역시 이번 연구가 침팬지 집단 간 폭력이 어떤 조건에서 진화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데일리 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