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핵심광물 현지 생산에 나서는 대형 투자다.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골자로 한 투자안을 의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종료 후 공시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 제련소 사업에는 미 국방부와 상무부,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이들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테네시주 클락스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며, 해당 프로젝트를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했다.
미국 제련소 건설은 고려아연의 미국 내 종속회사인 ‘크루서블 메탈즈(Crucible Metals, LLC)’를 통해 추진된다. 총 투자 규모는 약 10조9천500억원(74억3천200만달러)이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전략적 투자자가 출자한 합작법인 ‘크루서블 JV’를 통해 약 2조8천600억원을 조달하고, 고려아연은 약 8천600억원(5억8천500만달러)을 직접 투입한다.
나머지 사업 자금은 미국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과 보조금, 재무적 투자자 대출 등으로 충당된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설립 과정에서 정책금융 및 투자자 대출 규모가 최대 6조9천2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칩스법(CHIPS Act)’에 따라 최대 약 3천억원(2억1천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테네시 제련소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같은 복합 비철금속 제련소로 조성된다. 아연·연·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 게르마늄,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등 미국 지질조사국이 지정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한다.
제련소 입지는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로 확정됐다. 고려아연은 미국 내 60여 곳을 후보지로 검토한 결과, 제련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 확보가 용이하고 물류 접근성이 뛰어난 테네시주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에 위치한 기존 니어스타(Nyrstar) 제련소 부지를 인수해 이를 기반으로 시설을 재구축하고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한다. 해당 부지는 미국 내 유일한 아연 제련소로, 관련 공정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 수백 명의 고용 승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 제련소는 내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건설에 착수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연간 약 110만t의 원료를 처리해 아연 30만t, 연 20만t, 구리 3천500t, 희소금속 5천100t 등 총 54만t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한다.
이날 고려아연은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약 2조8천51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당 129만133원에 보통주 220만9천716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제3자 배정 대상자는 크루서블 JV다. 고려아연은 또 크루서블에 약 1천323억원을 출자해 지분율 10%를 확보한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최근 중국이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고려아연과 전략광물 현지 생산을 위한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빠른 시일 내 대규모 물량 공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사업에 직접 투자로 참여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주주로 참여할 경우 고려아연은 미국 경제안보 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 향후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내 통합 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항공우주·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계약한 것에 대해 “미국의 큰 승리”라며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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