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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팔자’ 전환…코스피 4000선 다시 붕괴
16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301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9569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팔자’에 나선 것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순매도를 연이틀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이날 코스피도 전 거래일 대비 91.46포인트(2.24%) 하락한 3999.13포인트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4000선을 밑돈 건 10거래일 만이다.
외국인 수급 변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환율이 지목된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외국인으로선 주가 변동뿐 아니라 환차손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환율이 이제 미국 증시 흐름이나 글로벌 금리 못지않게 외국인 수급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0.44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3월 이후 월평균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역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6원 오른 147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선 환율 급등이 외국인의 단기 차익 실현과 포지션 축소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재점화된 AI 거품론도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라클과 브로드컴을 계기로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조정이 나타났고, 미국 증시 내 기술주 약세가 국내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과 외국인 수급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환율 부담에 더해 글로벌 증시에서 재점화된 AI 투자 과열 논란이 겹치며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조정이 이어졌고, 이는 지수 전반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서학개미도 멈칫…해외 주식 매수세 급감
환율 부담은 국내 증시를 넘어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12일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2억 2827만달러로 전주 대비 77% 급감했다. 최근 환율이 1480원에 육박하며 고점을 형성하자, 서학개미 사이에서도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을 경계하는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최근 원화 약세가 단순한 대외 변수보다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 주목한다. 해외 주식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지연이 맞물리며 환율 상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환율 고점 인식은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매수세를 단기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국내 증시, 개인의 미국 증시 투자 위축이 추세적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변화 여부와 환율 흐름이 외국인 수급과 서학개미 투자 심리의 단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시 모두 점진적인 안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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