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양육비 선지급제 이용자 간담회…내년 1월부터 채무자에 선지급금 회수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큰애가 태권도장을 다니는데 승급심사비 11만원이 없어서 못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이혼 후 홀로 미성년 자녀 4명을 키우는 50대 남성 B씨는 16일 성평등가족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양육비 선지급제 현장소통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B씨는 전 부인인 비양육자로부터 매달 자녀 1인당 양육비 50만원을 지급받기로 했지만,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는 약속한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부인지에 대한 통장압류와 재산압류를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 전 부인이 또 다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압류 절차를 중단했다.
이후 그는 어린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제로 근무하던 중 올해 7월 처음 시행된 양육비 선지급제를 통해 매달 자녀 1인당 20만원의 양육비를 받고 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한부모 가족에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추후 양육비 채무가 있는 비양육자에게 선지급금을 회수하는 제도다.
올해 7∼11월 5천963가구가 양육비 선지급을 신청했고, 그중 3천868가구(미성년 자녀 6천129명)에 대한 양육비 선지급이 결정돼 총 54억5천만원이 지급됐다.
B씨는 "자녀당 20만원씩 나오는 양육비 선지급금과 한부모 가정에 지원금을 합해 총 170만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신청 절차 간소화와 홍보 활성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혼 후 혼자서 자녀 3명을 키우는 40대 여성 C씨는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 일부를 받은 기록 때문에 양육비 선지급제 대상에서 탈락했다.
그러다 지난 9월 선지급 신청요건을 기존 '직전 3개월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않은 경우'에서 '직전 3개월 이행한 양육비 월 평균액이 선지급금 미만인 경우'로 완화되면서 선지급금을 받고 있다.
C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6개월에 한 번 10만원씩 양육비를 받았다는 이유로 양육비 선지급을 받지 못했는데, 이후 형평성 문제로 제도가 개선되면서 9월부터 소급분까지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 1인당 20만원인 선지급금이 아이를 키우는 데 충분한 돈을 아니라면서도 "정부에서 지속해 선지급금을 주는 것은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양육비 선지급제도가 알려지면서 신청 사이트에 과부하가 걸려 접속이 어렵고 처리 단계를 알 수 없어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신청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대 여성 A씨는 이혼 후 자녀 1명을 혼자 키우고 있다. 그는 양육비 선지급금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약속한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신청 등을 통해 자녀의 장래 양육비까지 4천500만원을 일시금으로 받았다.
A씨는 "4천500만원이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돈은 아니지만 4∼5년간 양육비 소송을 해오며 지쳤고, 울며 겨자 먹기로 받게 됐다"며 "소득이 오르면서 한부모 지원에서 탈락했는데, 혼자 자녀를 키우기에 여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득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정구창 성평등부 차관은 "양육비는 자녀의 기본생계 유지를 위한 필수 비용으로 부모에게 있어 최소한의 의무"라며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 등 다양한 간접강제 방법을 도입했지만, 이러한 제도로는 당장 이번 달, 다음 달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 가족에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이후 채무자에게 회수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도입하게 됐다"며 "이는 2005년 처음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20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선지급금 회수 절차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정 차관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징수 인력을 확충하고 금융정보를 포함한 소득·재산 조사, 압류 등을 위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선지급금 회수율 제고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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