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 금융권 승진 인사에서 성균관대학교(이하 성균관대) 출신 금융인들이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금융권에선 고금회(고려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등 정권이나 시대 상황에 따라 특정 학교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핵심 요직을 차지한 전례가 다수 존재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균관대 출신 인사들의 강세도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상황에 따라 금융사들의 중요한 의사 결정과 인사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CEO·전무 고위직에 핵심 사업 중추까지…KB·우리 등 금융권 요직에 성균관대 출신 약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날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KB증권 IB부문 대표에 강진두 KB증권 경영기획그룹장 부사장을 새롭게 내정했다. 강 신임 대표는 1968년생으로 성균관대 산업심리학과와 롱아일랜드대학원 MBA를 졸업한 뒤 USC 회계학 석사를 취득했다. 기업금융과 인수금융, 글로벌 등 다양한 IB 부문을 거친 뒤 올해부터는 경영기획그룹장(부사장)을 맡아 조병현 전 IB부문장과 함께 조직 내 유일한 부사장급 인사로 활동해 왔다.
KB금융은 올해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 CEO 7명 중 단 2명만을 신규 선임했다. 그 중 한 명이 강 부사장이다. KB금융 대추위는 강 신임 대표 추천 배경에 대해 "기업금융, 인수금융, 글로벌 등 다양한 IB 영역을 거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며 "영업과 경영관리를 두루 경험한 균형감을 기반으로 안정적 세대교체와 지속 성장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준비된 리더"라고 평가했다. 강 신임 대표의 임기는 내년부터 2027년 12월 말까지다.
지난 4일 우리은행의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그룹장에 임명된 전현기 금융지주 성장지원 부문 부사장 역시 성균관대 출신이다. 현재 성균관대 내 우리은행 동문회 핵심 멤버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생인 전 부사장은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우리은행에 입사해 국제금융부, 트레이딩부를 거쳐 중국 상해·북경지점 등 해외 주요 거점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지주 성장지원 부문장 보직을 유지하면서 은행 글로벌그룹장까지 맡게 돼 사실상 우리은행의 차기 실세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실제로 전 부사장이 맡게 된 글로벌그룹장은 우리은행 내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은행은 동남아 3대법인(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세컨드 홈'(2nd Home)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해 2030년까지 그룹 순이익에서 글로벌 부문 비중을 2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부문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해당 부서 수장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글로벌 순이익은 전년 대비 7.9% 감소한 21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의 역시 3분기 누적 기준 글로벌 순이익 68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5.6% 급감했다.
이 밖에 올해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박진남 SK증권 Multi Asset 운용본부장(1972년생·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조상규 대신에프앤아이 경영기획본부총괄(1973년생·성균관대 노어노문학과) 등도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다. 두 사람은 각각 소속 기업에서 올해 하반기 유일하게 전무급으로 승진한 인사들이다. 박 본부장은 자산운용 부문에서의 전문성과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조 본부장은 경영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내에는 이미 주요 요직에 성균관대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대표적이다. 1964년생인 이 행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KB금융 창립 이래 최초의 비은행 계열 최고경영자(CEO)에서 은행장에 오른 인물이다. 이 행장은 은행장 취임에 앞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그룹 최대 계열이자 순이익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장 자리는 '차기 금융지주 회장'으로 불릴 만큼 조직 내 영향력이 상당한 편이다.
이 외에도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1967년생·성균관대 경제학과), 전진규 한국증권학회 회장(1971년생·성균관대 경영학과), 박병준 하나금융 지원본부장 겸 하나은행 경영지원그룹장(1966년생·성균관대 무역학과), 윤준호 신한은행 Tech그룹 부행장(1968년생·성균관대 행정학과) 등 주요 금융사 임원 다수가 성균관대 졸업생이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정권 말기 4대 금융지주 중 3곳의 회장이 모두 성균관대 출신으로 임명되면서 이른바 '성금회'가 금융권의 핵심 세력으로 자리를 잡는 흐름이었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그 영향력이 다소 약화됐었다"며 "최근 자회사 CEO나 전무급 고위 인사에서 성균관대 출신들이 다시 다수 발탁되는 흐름을 볼 때 SKY 중심의 금융권 학맥 지형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금융권 인사는 전문성과 성과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기본적이지만 주요 의사결정 라인에서는 학연과 인적 네트워크의 영향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며 "특정 대학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내 전반에 고르게 포진해 있다는 점은 해당 학맥이 금융권 내에서 일정한 신뢰와 검증된 인재 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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