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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301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9569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팔자’에 나선 것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순매도를 연이틀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이날 코스피도 전 거래일 대비 91.46포인트(2.24%) 하락한 3999.13포인트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4000선을 밑돈 건 10거래일 만이다.
외국인 수급 변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환율이 지목된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외국인으로선 주가 변동뿐 아니라 환차손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환율이 이제는 미국 증시 흐름이나 금리 못지않게 외국인 수급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0.44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3월 이후 월평균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역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6원 오른 147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달 24일(1477.1원)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재점화된 AI 거품론도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라클과 브로드컴을 계기로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조정이 나타났고, 미국 증시 내 기술주 약세가 국내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과 외국인 수급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순매도 흐름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엔화 강세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과 수출업체의 고점 매도 물량이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단을 제약할 수는 있다는 판단에서다.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경우 외국인 수급도 재차 안정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이번 주 예정된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엔화 강세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달러 약세를 유도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단을 제약할 수 있다”며 “여기에 외환 당국의 대응이 더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AI 거품론과 이에 따른 주가 조정을 단기적인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우세하다. AI 산업이 위축됐다기보다는 과도한 기대가 선반영된 종목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국면이라는 해석이다. AI 데이터센터 가동이 본격화되는 2028년 이후엔 실질적인 수익성이 가시화되며 시장 우려가 다시 기대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의 분기점으로는 18일(한국시간)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실적은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며 “AI 거품 논란이 과도한지를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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