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새로운 과학적 접근법을 내놓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최초로 유전형 기반의 유해남조류 출현과 이동 가능성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녹조 유전형 정보집을 구축했다고 15일 밝혔다.
그동안의 녹조 감시는 주로 현미경 등을 통해 녹조 발생 여부와 개체 수를 확인하는 형태 분석 중심이었다. 이 방식은 녹조가 이미 발생한 뒤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녹조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이동하는지 같은 복잡한 환경 변화를 읽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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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구축된 정보집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유전자 분석 기술을 도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기법(NGS)을 활용해 낙동강에서 주로 출현하는 유해남조류의 유형을 유전자 수준에서 낱낱이 분석했다. 이는 수백만에서 수십억 개의 DNA 조각을 동시에 읽어내는 정밀한 기술이다.
연구팀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낙동강의 주요 유입 지류와 본류, 그리고 강바닥의 퇴적층 등 20개 주요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여기서 확보한 유해남조류 4개 속(마이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 아파니조메논, 오실라토리아)에 대한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만 약 500만 개에 달한다. 확보된 원시 데이터의 용량은 51GB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특히 이번 정보집 구축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었다. 연구진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을 통해 유해남조류의 유전자 유사도와 변이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덕분에 수계별, 시기별, 지점별로 미세하게 달라지는 녹조의 변동 사항을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수질 관리의 정밀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수계의 지류에서 본류로, 혹은 퇴적층에서 물 위로 녹조 원인 생물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그 기원을 추적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알기 어려웠던 녹조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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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구축된 정보는 연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정보집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12월 15일부터 물 환경정보시스템(water.nier.go.kr)에 전격 공개한다. 또한, 확보된 유전 정보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유전정보 공유 플랫폼인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도 등재될 계획이다. 이는 한국의 낙동강 유해남조류 데이터가 국제적인 연구 자산으로 활용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경현 국립환경과학원 물 환경연구부장은 이번 정보집 구축이 녹조 조기 탐지와 미세한 변화 해석을 한층 정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인 수질 데이터와 결합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녹조의 변동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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